어제 Mark Selden 교수 초청 세미나가 개최되었는데, 너무 참석자가 적어서 초청한 나의 입장에서 좀 머쓱했다. 좀 더 연락을 하고 홍보를 했어야 했다고 후회하였다. 몇 사람에게는 부탁까지 했지만 불참했다. 영어로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던 것 같다. 통역까지 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영어에 겁을 내는 것 같다. 오히려 발표자들이 한국말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한국인들은 자신이 영어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고쳐야 한다.
그건 그렇고 그의 발표는 매우 유익한 내용이었다. 다 아는 것이기는 하나 그가 이야기하니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바도 있다. 즉 일본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지 말고, 사실 일본의 책임을 면죄해준 미국을 보라는 것이다 ( 이것은 28일 성대에서 개최되는 국치 10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내가 발표하려는 내용의 핵심이기도 하다)
Japanese and American War Atrocities, Historical Memory and Reconciliation: World War II to Today
http://japanfocus.org/-Mark-Selden/2724
A Forgotten Holocaust: US Bombing Strategy, the Destruction of Japanese Cities and the American Way of War from World War II to Iraq
http://japanfocus.org/-Mark-Selden/2414
미국은 더 큰 전쟁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면죄부를 얻고 있으며 언제나 일본만 비판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각국의 민족주의, 그리고 미국 헤게모니다. 즉 중국과 한국인들의 반일감정, 즉 민족주의 정서가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하고 미국이 누리는 패권주의 때문에 감히 미국을 비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가 강조한 것은 전쟁범죄, 인권 등의 표준도 결국 미국이 정하기 때문에 그 기준에 따라 미국은 피해갈 구멍을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즉 미국의 무차별 폭격은 정당한 전쟁행위가 되고 일본의 중국, 한국인에 대한 학살은 매우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행위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식 표준이 문제인 셈이다.
일본역시 핵 투하 이전에 미 공군으로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일본은 그것을 문제제기 하지 않는다. 전후 미일관계의 재편으로 미국의 전쟁범죄는 완전히 감추어져 버렸다. 한국은 어떠한가?
미국식 표준, 미국식 전쟁범죄와 인권의 기준을 어떻게 문제삼을 것인가? 이라크와 아프칸에서 죽어간 수만명의 민간인 문제를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가? 그리고 그 전사인 한국전쟁기 미군에게 희생된 수만명 이상의 한국인들의 피해를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가?
가장 일차적인 적은 바로 우리 내부에 있다. 미국으로서는 전혀 겁을 낼 필요가 없다. 그것을 거론조차 하지 않는 한국 권력층이 그리고 언론, 관료들이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두려훠서 문제제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도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식 표준은 이미 우리의 표준이 되었다. 미국식 '자유'의 개념은 우리의 자유의 개념이 되었다. 미국식 표준으로 훈련받는 학자들 수천명이 오늘도 모든 미디어와 강단을 장악해서 계속해서 미국식 표준을 설파하고 있다. 수십, 수백만명의 학생들은 매일 그 표준이 우리의 표준이라고 배우고 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상징의 지배, 문화의 지배, 언어의 지배다.
언어의 지배로부터 해방되지 않고서는 새로운 정신세계가 열리지 않는다.
정신세계가 없는 인간, 바로 비존재이다.
우리는 아직 비존재일지 모른다.
히로시마 피폭과 관련한 피해보상 문제도 1차로는 일본, 2차로는(또는 근본적으로는) 미국까지도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런데 덧붙여 '미국'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요.
답글삭제늘 차분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선생님 블로그에서 여러가지 생각할 것을 얻어가는 학생입니다.
답글삭제위의 글 말미에 '언어의 지배'란 무엇을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수 있으신지요.
언어나 개념은 사고를 반영하고, 지배적인 가치를 반영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예를들어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말은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한다는 그렇듯한 내용을 갖고 있으나 실제로는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용자적 시작이 드러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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