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일 목요일

유명환 장관

"민주당 찍는 젊은 애들 북한가서 살아라"라는 발언을 해서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이 유명환 장관이다. 입각 후에도 유독 정치적인 발언을 많이 했던 사람이고, 리비아 사태, 이란 문제 등 실익 차원에서도 대한민국 외교를 궁지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바로 그다. 현 정부의 대북관계에서도 통일부를 제치고 외교부가 주도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즉  미. 중관계에서 실익을 챙기기 못하고 미국일변도의 냉전외교에 의존하여 국가를 위기에 빠트렸다는 점에서 사실 경질되어야할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각에도 살아남았다.

 

그런데 드디어 또 한번 한국의 이른바 보수의 본색이 드러났다. 오직 1명을 특해하는 5급 직원 선발과정에서 자신의 딸을 뽑은 것이다. 그것도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전문계약직이라고 한다. 정규직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자기는 전혀 몰랐는데 밑의 사람들이 그냥 하다보니 그렇게 뽑았다고?

아마 전혀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관료조직을 아는 사람이라면 밑의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너무 잘 알 것이다.  

 

더구나 그의 딸은 1차에서는 부적격자였다가 2차 재공고에 뽑협다. 통상 공고기간인 10일을 어기고 한 달이나 공고를 해서 외국어 자격증 서류를 갖추도록 했다는 의혹도 있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매지 말라는 속담처럼, 자기가 현직 장관인 부서에서 특채자를 뽑는 일이라면 아무리 합리성의 외양을 갖추었다고 해도 이런 식의 서류와 면접만으로 뽑는 절차를 거친다면 반드시 말이 나오게 되어 있는 법이다. 객관적으로 그의 딸이 가장 적임자였을 수도 있지만, 공개시험이 아닌 마당에 누가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겠는가?  

 

기업이나 정부에서 면접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불러온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들러리에 불과하고 내부자가 사실상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외부 심사위원이 5명 중 3명이었다고 하나 이런 식의 면접을 해 본 사람이면 외부심사위원 3명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물론 자기 딸이 최적임자이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기 딸을 배제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그렇지 않다. 상식을 갖춘 공직자라면 자신의 딸이 고시를 통해 외교부에 들어오게 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자신의 딸이 그 일에 적임자라고 해도 반드시 문제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이 비상적인 한국 사회에서 그나마 사람들이 승복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공개경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는 자긴의 사적 이익을 챙기는 일에는 물불과 체면을 가리지 않지만 그 수준은 아직 전근대 시절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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