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시간 수퍼스타 K 몇 편을 재미있게 보았다.
열광이 없는 시대에 그나마 국민들을 열광시킨 흥미있는 행사였다.
백만명 이상의 신청자들 중에서 11명으로, 8명으로 그리고 6명으로 좁혀지는 과정이 너무나 스릴이 있고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도 탈락자를 평가하는 과정이 가수인 전문가 패널의 점수보다 시청자들의 의견, 즉 호감도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즉 대중들의 평가를 전문가의 독점적 평가 위에 둔 것은 대중가수를 선발하는 절차로서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실력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동료들과의 관계, 그리고 호감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한 점이 이 행사에 대한 관심을 더 달아오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한번의 똑 같은 노래가 아니라, 여러 유형의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또 자신이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가수들의 노래를 줌으로써 음악성과 곡 소화력, 호소력을 여러각도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좋았다.
정말이지 실력이 없거나, 연예기획사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스타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장치들을 마련한 것이 대중들의 관심을 폭발시켰으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돈을 들여서 가수의 길을 걸을 수 없는, 실력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가난한 젊은이들이 이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포츠나 연예는 가난하고 빽없는 젊은이들이 실력만으로 정상의 꿈을 꿀 수 있는 분야다. '슬램덕 밀리어네어' 영화의 주인공처럼 한국의 수 많은 끼있는 젊은이들이 실력만으로 정상에 올라 돈과 명예를 걸머질 꿈을 꾼다. 최근의 한국 연예계도 여러가지 추문으로 시끄러웠는데, 이러한 공개적인 경쟁과 선발절차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신선한 공기를 쐬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의 매회의 생존과 탈락의 스릴을 반복하고, 한번에 해도 될 것을 수 차례 반복하는 것은 기획한 방송사의 상업성을 반영하는 것이고 또 그 방식 역시 자본주의적인 경쟁만능 시대의 문화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연예계 스타라는 것이 집단성 보다는 개인의 대중적 호소력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방식의 스타만들기 작업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이 프로를 보면서 이러한 방식의 공개경쟁을 통한 선발이 연예가 아닌 다른 영역에는 과연 적용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여러번에 걸쳐서 실력과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다면 우리사회가 훨씬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특히 정치 지도자를 선발하는 과정에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이렇게 일거수 일투족 전문가들의 심사와 대중들의 평가를 합산에서 제대로 검증되는 절차를 거친다면 썩은 물이 교체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치이야기는 딱딱하고 재미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1988년 청문회의 경험이 있다. 온 국민이 저녁마다 대기업 총수와 군부지도자들이 초선 국회의원들에게 호되게 당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보았고, 정치가 얼마나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지 느낀 적이 있다. 바로 그 청문회 스타들이 이후에 총리도 되고 대통령도 되었다. 당시 청문회를 보면서 대중들은 왜 군부독재로 다시 돌아가서는 안되는지,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가인지, 앞으로는 어떤 정치가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정치를 국민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수퍼스타 k에서 얻게 되었다.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대중들을 실제 자신의 운명과 처지에 그토록 심대한 영향을 주는 정치의 주체로 등장시킬 수 있을지, 후보 선출, 선거 등의 제도와 절차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 정치를 갈아엎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진보정당들이 가장 깊에 고민해야할 지점이 여기에 있다. 민주당의 당권경쟁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동감합니다.
답글삭제열정을 모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할듯 하네요
오픈 프라이머리가 한때 그런 역할을 했었는데
이젠 이것도 이미 편법을 다 알아버린 선수들만의 게임으로 전락한 듯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