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4일 금요일

병역문제

김황식 총리후보자의 병역 문제가 또 도마위에 올랐다.

한국 남자들에게 병역 문제는 참 묘한 복합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이다.

자신은 2년 ( 혹은 3년 동안 ) 그 개고생을 했는데, 어떤 놈은 빽을 써서 빠진 다음 젊은 시절 그 황금같은 시간에 남보다 출세를 빨리했다고 생각하면 원통하고 분한 감정이 복받치기 때문이다. 즉 한국에서 공직자 병역문제를 비판하는 심리는 그들이 애국자여서가 아니라 자신만 피해보았다는 생각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고생한 데 대한 보상심리, 그런 것도 작동할 것이다.  

 

그래서 공격을 받는 입장에서는 "너들도 할 수 있으면 다 빠지려 하지 않았느냐", "어느 놈이 떳떳하게 나를 공격할 수 있느냐"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 즉 애국자는 없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다 마찬가지인데, 자신은 애국자인양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 가당치 않다는 이야기다.

 

부분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애국자는 없다. 군대를 자원해서 가는 사람 드물다. 그리고 군대갔다 온사람이 애국자라는 증거도 없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모두가 빠지려 한 것도 사실이다. 신검 전날 술을 엄청마시면 간 수치가 높아진다는 루머, 간장을 벌컥 들이키면 X-ray 이상한 것이 찍혀서 빠질 수도 있다는 소문들, 아예 간질병 환자 흉내를 낼 수도 있다는 제안 등 .... 누구는 이렇게 빠졌다는 소문은 옛날 군대가려는 남자들 사이에 돌아다니던 익숙한 소문들이었다.

 

아마도 이들과 보통 한국인들과의 차이는 누구는 의사 형이나 친척을 둬서 진단서를 끊을 수 있었고, 안상수 처럼 여러번 도망다니가가 결국 나중에 어떻게 연령을 념겨서 용케 빠지거나 한 차이일지 모른다.

 

젊은 시절 2,3 년 정말 소중하고 긴 기간이다. 고시지망생에게는 군대라는 단절이 고시에 영원히 불합격할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는 기간이고, 한창 인기를 누릴 연예인에게는 재기 불가능할 기간일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휴가나오면 군대 안간 친구들이 벌써 글을 써서 제법 연구자 행세하는 것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누구는 군대 기간의 뒤쳐짐은 영원히 만회되지 않는다는 겁을 주기도 했다. 내 신세를 생각하면 정말 비참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군대에서 겪은 폭력의 체험, 비인간성과 굴욕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명박, 안상수, 김황식이 속으로 생각할지도 모르는, 그들의 사회에서 통하는 자기변명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이 있다. 보통의 한국 남자들이 군대 자원할 정도로 애국자는 아니었지만,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빠지려 할 정도로 자신의 출세와 경력관리에 목을 메달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차이는 그것이다. 맹자님이 말씀하신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그것이다.

억지로라도 그렇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차마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던 마음, 그리고 남들이 보통사람들이 하는대로 그냥 따라간 바로 그 사정이다.

 

결국 애국자와 비애국자의 차이가 아니라 자신의 출세와 경력관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사람들과 차마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거나 ( 그렇게 할 수단이 없었던) 보통 한국인들과의 차이가 아닐까?

 

그들이 공직자가 되어서는 안되는 분명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투명한 것은 과거이고, 과거만이 미래를 말해준다.

그들은 애국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군에 빠진 경력이 의심되기 때문에 그러한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 않은 다수의 국민들에게 나라를 위해 봉사하라고 말할 자격이 없고 그럴 권위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의 말이 그의 경력, 즉 실제했던  과거와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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