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5일 수요일

월미도 60년

인천상륙작전 60년을 맞아 인천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하는 모양이다. 노병들은 감회에 젖어 그날의 영웅적인 상륙의 환희를 회고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전쟁의 전세를 결정적으로 뒤집어서 수 많은 목숨을 구하고 북진의 계기로 삼은 이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인천상륙 60년을 맞아 또다른 인천상륙도 기억되어야 한다. 바로 월미도 주민 대량 희생 사건이다.

 

전쟁 후 달리 피난할 수 없었던 월미도 수백명의 주민들은 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 섬은 곧바로 인민군이 점령했고, 주민들은 인민군 점령지의 거주자가 되었다. 인천상륙을 앞두고 맥아더는 이 섬의 초토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섬에 민간인이 거주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상륙작전을 감행하기 이전에 이 섬을 초토화하였다.

 

그래서 피난하지 못한 월미도 주민 상당수는 무차별적인 폭격에 희생되고 일부만 살아남아 인천으로 피신하였다. 이후 60년 동안 우리는 인천상륙의 영웅담만 기억을 했고, 월미도 주민의 희생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할 수 없었다. 전쟁기 민간인의 희생은 어느정도 불가피한 점이 있다. 특히 이 경우 맥아더가 과연 월미도 주민의 생명을 보호하면서도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감행할 수 있었는가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작전을 위해 한국인들의 생명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맥아서의 전쟁논리였다.

 

6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상륙의 영웅담만 기억하고 월미도 주민 수백명의 폭사는 기억하지 않는 것은 뭔가 잘못된 일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아직도 월미도에서 천막치고 농성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라면 이들의 목소리도 함께 들어주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미군에 의한 한국인들의 희생을 거론조차 하지 못하는 그 잘난 외교부와 국방부는 묵묵부답이다.

 

기억의 굴절과 편향, 의도된 망각과 한 쪽 측면에 대한 과도한 기억이야말로  

오늘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정의의 매우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희생 군인과 월미도 희생 민간인이 과연 다른 종류의 희생자라고 아직도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실화해위의 월미도 보고서를 읽어보시라.

(www.jinsil.g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