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3일 월요일

오바마의 미국은 과연 변했는가?

최근 오바마는 두 건의 중요한 연설을 했다. 이라크 전쟁 종식 선언과 9.11 9주년 기념 연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연설은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가 과연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부시와는 다른 입장을 보여주고 있는지, 미국이 오늘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두 연설을 지켜본 후 느낀 소감은 실망 그 자체였다. 아니 실망을 넘어서 역겨움만 더 했다.

과연 미국은 변하고 있는가? 아니면 변할 가능성이 있는가? 심각한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전 종전 선언을 하면서 오바마는 미국인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여러번 언급을 하면서도 이 전쟁이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의해 감행된 전쟁이라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부시의 이라크 침략이 정당했단 말인가? 이것은 미국의 도덕성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다. 수 천명의 미국 군인을 희생시키고 수만명 이상의 이라크 사람을 죽이고도 후세인 제거하고 이라크가 민주화되었으니 잘되었단느 말인가? 오바마는 부시의 이라크 공격 결정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이라크 침략을 '이라크 해방전쟁'이라는 부시의 규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기만적인 것이다. 이라크는 후세인 시절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적 고통, 전력난, 사회적 갈등에 신음하고 있다. 그래도 후세인이 제거되었으니 잘 된 것 아닌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수십만의 이라크 엘리트들이 거의 미국으로 빠져나갔다. 이라크 석유자원과 미국 등 서방 석유회사의 수중에 놓였다. 이라크 건설산업은 미국과 서방 회사의 먹이감이 되었다.  후세인의 독재가 물론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후세인을 제거하는 것은 이라크인들 자신의 일이 되었어야 했다.

 

9/11 테러에 대한 규정에서도 마찬가지다. 9/11 테러가 반명문적이고 비인도적인 행동이었던 것은 사실이고, 미국인 희생자들은 마땅히 위로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슬람에 대한 증오로 연결되기 보다는 미국이 반성해야할 계기이기도 했다. 9/11은 미국에 대한 경고이지 문명권 일반에 대한 경고도 아니며, 기독교에 대한 경고는 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9/11에 대한 미국 보수세력의 해석은 알카에다, 테러 일반, 이슬람 일반에 대한 증오로 연결되었다. 9/11에 대한 미국의 이러한 대응은 전세계에 테러를 만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바마는 이에 대해서도 응당 답변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미사여구로 포장된 그의 연설은 역겨운 미국 애국주의로 가득차 있다. 9/11이후 지난 9년은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이 결정적으로 의심받게 된 시기였다. 그것은 이라크, 아프칸에 대한 잘못된 전쟁결정에 집약되어 있다. 그렇다면 오바나는 불의의 희생자들에 대한 조그마한 애도라도 표시했어야 했다. 국내용이라고는 하나 이 연설들은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의 언술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즉 문명국가인 미국의 책임이라는 말을 여러번 반복하면서 침략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오바마은 부시 정권과 어떤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미국 헤게모니의 쇠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인들은 이 9/11 9주기에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나?

한국의 정치권,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리의 중동정책은 무조건 미국인가?  

이란 금융동결 이후 다가올 후폭풍을 숨죽여 기다라고 있는가?

 

 

 

 

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