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국민 중 자살한 사람은 모두 15,413명으로 1년전에 비해 2,555명이 증가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4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인데, 남자가 여자 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은 31명으로 1년전보다 19.3%가 늘었고, 자살자 수와 자살률은 2007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다른 나라와 비교한 자살률에서도 OECD 평균 보다 2.5배 이상 높았습니다.
자살자의 분포를 보면 20,30대 청소년 층에서는 사망원인 중1위가 자살이었고, 지역적으로는 대전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전년도 자살자 수는 446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40% 이상 자살률이 높아졌다고 한다. 브라질 신문에서는 한국 자살률은 브라질의 살인 사망률보다 높아고 보도했다고 한다. 한국은 자살률에서 가히 세계 최고 국가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나 시민사회는 팔짱만 끼고 있다. 연령별 자살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작업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청소년 사망을 막기위한 대책이라는 것이 기껏 학교에 전담교사를 더 많이 배치해야한다는 식이고, 청년과 노인 자살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즉 정부는 자살을 여전히 개인적인 문제로만 보고 있다.
1845년 엥겔스가 지적한 것처럼 상당수의 자살은 '사회적 살인'이다. 즉 자살로 몰아가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이며, 그 중에서 가난은 가장 중요한 자살의 배경이다. 사회적 고통과 병리가 개인에게 살아야 할 의지를 빼앗아가고 그들에게 달리 선택지를 주지 않을 때 개인이 선택하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다.
한국과 자살률 1위를 다투고 있는 헝가리의 사례를 보면 한국 자살률의 원인이 설명이 된다. 과도한 시장주의로 인한 사회적 안전망 부재, 높은 청년 실업률, 심각한 빈부 격차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 마아니치 신문에서도 일본과 한국의 자살률을 비교하면서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10년새 노인 자살률이 3배 증가한 사실이 그것을 뒷바침해주고 있으며, 경남에서 독거노인이 가장 많은 김해시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해 준다.
그런데 미래를 꿈꾸며 살아야할 10대 청소년 자살률이 이렇게 높은 사실은 가장 충격적이다. 이것은 단순히 양극화와 복지부재만으로 설명되지 않은 우리사회의 청소년, 학생 죽이기 교육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 심각해진 전국 학생 하나로 줄세우기 교육, 자사고 확대 등의 경쟁주의 교육정책이 주범이다. 안그대로 극도로 지쳐있는 학생들을 더욱 쥐어짜서 청소년들을 아직 여물기도 전에 시들어버리게 만드는 것이 이 정부의 교육이다.
상황이 이럴진데도 이 정부나 사회는 반성이 없다. 정당도 시민사회도 침묵하고 있다.
이것은 무슨 일회성 정책이나 캠페인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사안이다. 우선 자살은 사회적 살인이라는 점이 공론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사실상의 정치적, 사회적, 정책적 살인을 저지르면서 그것을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정책이라는 거짓말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도한 경쟁주의, 승자독식, 실업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성장이 복지를 보장한다, 경쟁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이 허구적 논리를 근본적으로 문제삼아야 한다.
우선은 지친 청소년, 좌절한 청년, 외로운 노인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시장이 장학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 중 1순위는 청소년 자살율을 낮추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결국 우리사회의 게임의 룰를 어떻게 변경할 것인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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