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일 월요일

[세상 읽기] 정치만능에서 벗어나야


2011년 7월 25일, <한겨레>에 올라온 연재 글 입니다. 본문을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889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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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한 일 중 최악은 바로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할 조직들까지
온통 ‘적과 나’로 정치화시킨 것이다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비하한 대표적인 일본인 식민사학자 다카하시 도루는 “조선 사회는 정치력 일색으로 이루어져 정치 하나로 지탱되고 있다. 매우 단순하고 원시적이다”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의 여러 주장 가운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많지만, 이 점은 씁쓸하게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길은 정치로 통하고, 각 사회 부문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정치로 가고, 온 국민이 온통 정치 이야기를 술자리의 안줏거리로 삼는 지극히 정치적인 인간들의 나라, 그것이 조선시대와 그 이후 우리의 모습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한 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악의 것이 있다면 바로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할 조직들까지 온통 ‘적과 나’로 정치화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촛불시위 이후 기업의 시민단체 후원금 차단 조처에서 시작하여 최근 <문화방송>(MBC) 라디오의 진행자 교체 및 출연자 제한 사건이나, 비리재단에 사학 되돌려주기, 검찰의 전교조 정치후원금 수사 등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진 모든 사건의 성격은 거의 동일하다. 정치단체가 아닌 기업, 교육, 언론 모든 영역에서 ‘좌파 적출’의 기치 아래 ‘적과 나’의 정치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일단 모든 조직에 자기 사람을 앉힌 다음에는 그를 통하여 내부에 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을 자리에서 밀어내거나 지방으로 좌천시키거나 아예 해고시켜 버리는 일은 바로 표적이 되는 인물이 아무리 그 일에 적임자라고 하더라도 ‘우리 편’이 아니면 밀어내겠다는 논리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관료조직은 물론이고 기업, 미디어, 학교, 심지어는 종교단체까지도 모두 권력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고, 국민들도 검찰, 언론, 관료조직이 하는 모든 일을 정치행위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적이니까 무조건 처벌되어야 하고, 우리 편이니까 봐주어야 한다는 이 후진적인 정치논리가 부활함으로써, 밀려난 사람들은 모두 실력과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패배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정권교체를 해서 복수를 해주어야 한다는 적개심을 불태우게 된다. 그래서 야권은 정권을 반드시 교체하여 모든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현 집권 세력은 재집권에 성공하여 이런 복수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예 재기하지 못하도록 없애려 할 것이다. 말단 공무원의 승진이나 연구재단의 프로젝트 선정까지도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게 되고 방송사의 일개 프로 제작 내용도 정권의 입김을 받는 나라에서 자유로운 사상과 정책대안이 꽃필 수 없고, 소신 있는 전문가, 참기업인, 참언론인, 참종교인이 길러질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다카하시 도루가 말한 것처럼, 권력을 둘러싼 적대적 대립은 온 조선 사회를 병들게 하였고 궁극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시킨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자, 우리 사회가 다시 조선시대로 가야 하는가?

내년 선거를 둘러싼 야권연합 논의가 활발하다. 다가오는 전투의 수장이 누가 될지 초미의 관심이다. 물론 전투에서는 승리해야 하고 승리를 위해 장수의 구실이 최고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야권 역시 “이겨서 전리품 나눠 갖자”는 동기에 움직인다면 설사 이긴들 국민들에게는 무슨 소용이 있을까? 반듯한 나라를 만들어서 국민의 어깨를 누르는 짐을 내려주자는 큰 정치의 이상이 없다면 승리가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국민들을 선거에서 후보 고르는 소비자가 아닌 정책 논의의 제안자로 만들고, 지역 사회 참여 정치의 주체로 만드는 진정으로 새로운 접근법만이 이 정치만능의 악순환의 덫에서 벗어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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