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1일 일요일

현대판 애절양(哀絶陽), 자식 4명 버린 어머니

경남 남해경찰서는 19일 자신의 갓난아기 4명을 잇따라 내다버린 혐의(영아유기)로 주부 정아무개(3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2시40분께 경남 남해군의 한 사회복지시설 화장실에서 혼자 아이를 낳은 뒤, 비닐봉지에 아이를 담아 근처 주택가 빈터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2006년 8월2일, 2008년 8월15일, 지난해 5월29일에도 아이를 낳아 빈터 등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남편이 월 150만원 밖에 못 버는 택배기사였기 때문에 이렇게 아이들을 4명이나 버렸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명한 시 애절양이 생각이 났다.
아들을 낳으면 아버지, 본인, 갓 태어난 아기까지 군역을 하는 것으로 등록되어 가혹한 세금을
추징당하게 되니까 그것이 두려워 남자의 성기를 잘라버린 사람의 슬픈 이야기다.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노전마을 젊은 아낙 그칠 줄 모르는 통곡소리

哭向懸門呼穹蒼[곡향현문호궁창]: 현문을 향해 슬피울며 하늘에 호소하네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부복상가유]: 쌈터에 간 지아비가 못 돌아오는 수는 있어도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남자가 그 걸 자른 건 들어본 일이 없다네

舅喪已縞兒未조[구상기호아미조]: 시아비 상복 막 벗고, 아기는 탯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삼대가 다 군보에 실리다니

薄言往塑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 가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호랑이요

里正咆哮牛去皁[이정포효우거조]: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 몰아가고

朝家共賀昇平樂[조가공하승평락]: 조정에선 모두 태평의 즐거움을 하례하는데

誰遣危言出布衣[수견위언출포의]: 누구를 보내 위태로운 말로 포의로 내쫓는가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는 피가 가득

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 자식 낳아 군액 당한 것 한스러워 그랬다네

蠶室淫刑豈有辜[잠실음형기유고]: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음형 당했던가

閩子去勢良亦慽[민자거세량역척]: 민땅 자식들 거세한 것 그도 역시 슬픈 일인데

生生之理天所予[생생지리천소여]: 자식낳고 사는 이치 하늘이 준 바이고

乾道成男坤道女[건도성남건도녀]: 하늘 닮아 아들 되고 땅 닮아 딸이 되지

騸馬豶豕猶云悲[선마분시유운비]: 불깐 말 불깐 돼지 그도 서럽다 할 것인데

況乃生民恩繼序[황내생민은계서]: 대 이어갈 생민들이야 말을 더해 뭣하리요

豪家終歲奏管弦[호가종세진관현]: 부호들은 일년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粒米寸帛無所捐[입미정백무소연]: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는데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 똑같은 백성 두고 왜 그리도 차별일까

客窓重誦시鳩篇[객창중송시구편] : 객창에서 거듭거듭 시구편을 외워보네

그 시절
세금이 그 얼마나 가혹하면 남자의 그것(?)을 잘라 자식을 낳지 않으려 했을까?
그리고 오늘
생활고가 얼마나 가혹했으면 자기가 낳은 자식을 4명이나 버렸을까?

경찰은 정씨에게서 정신적 이상 등 다른 문제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언론은 이를 두고 '비정한 엄마'라 했지만 비정한 것은 엄마가 아니라 세상이다.
다산이 시에서 말한 것처럼 "조정에서는 태평"을 즐기고 "부호들은 일년내 풍류만 즐기" 는데 백성들은
거세를 해야 살아남은 세상이니 과연 백성의 비정함을 탓할 수 있을 것인가?
전관예우로 어떤 검찰출신 변호사는 일년에 120억을 벌었다 하고, 대기업 가족들은 가만 앉아서 주식 차액만으로 수십조원을 벌었다고 하는데, 월 150만원 밖에 못버는 택배기사의 아내는 몇 십만원이 없어서
자기의 분신과도 같은 자식을 버리는 세상이다.

다산이 살던 시대에서 200년이 지났건만, 과연 지금 우리는 문명국가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삶의 질이 27위라고 말한다. 지금 동시대의 OECD 국가 중에서 생활고로 자식을 4명이나 버리는 국민이 있는 나라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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