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0일 수요일

40년 전 경기도 광주(성남), 오늘의 영국

어제 광주대단지 8.10 사건 4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성남 시청에서 열렸다.
그 동안 민간주도로 진행되던 이 사건 기념 행사가 시청에서 열리게 된 것은 아마도 민주당 이재명씨가
시장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광주대단지 사건'을 지역의 부끄러운 역사로 간주하여 지워버리려하는 보수 쪽 시의원들은 이 행사를 위한 추경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행사는 지역언론사 협의체 주도로 열려게 되었다.
어제의 행사에서도 약간의 긴장이 있었다. 주최즉은 나와 조명래 교수를 불러서 '난동사건'이 아닌 빈민항쟁의 성격을 부각시키려 하였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이러한 시각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왜 광주대단지 사건이 성남 탄생의 배경으로 거론되어야 하며, 지역정체성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가라는 것이 그들의 항변이었다.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광주대단지 사건은 20세기 한국 최대의 빈민폭동이자 한국정부의 도시건설, 주거정책, 철거민 및 무허거정착지 주민 대책의 시원을 이룬다. 용산참사에 이르는 한국 도시정책의 성격은 여기서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시건이 난동사건으로 공식규정되어 모두가 그것을 잊어버리려 해 온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아무도 이 사건을 연구하려고 하지도 않아서 사실 비전공자인 내가 10년전 그리고 어제 두번이나 학술행사에 불려갔다.
하여튼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는 중상층의 도시 분당과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성남 지역 간의 화합을 어떻게 이룰 것이며, 지금 시작된 성남 재개발을 어떤 철학과 정책적 기조 하에 추진할 것인지는 성남 사람들의 몫이다.

그런데 광주대단지 사건이 오늘의 영국 폭동과 자꾸 겹쳐지는 것은 이 두 사건 모두 도시폭동이라는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40년 광주대단지 사건도 주로 20살 전후의 청년들이 주도하였고, 오늘의 영국 폭동도 그러하다. 당시의 젊은이들도 심각한 실업과 빈곤에서 절망의 끝에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하였고, 오늘 영국 젊은이들도 그러하다. 당시의 젊은이들도 관용차와 관공서를 불태웠듯이 이번의 영국 청년들도 가게를 불태우고 일부 관공서를 공격하기도 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 두 사건에서 공히 나타난다. 좌절과 분노는 이 두 사건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기조다.

그리고 광주대단지에서는 물건을 훔치거나 사람을 해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일자리를 달라는 등 청원성 구호를 내걸었다. 광주대단히 사건은 이웃을 타겟으로 삼지는 않았다. 즉 도덕 공동체가 붕괴된 상태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오늘 영국은 지역공동체의 완전히 붕괴상태를 보여준다.
당시 광주대단지는 모두가 못사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영국은 쇼윈도우에 진열된 상품과 그것을 가질 수 없는 청년들의 좌절감이 더 큰 요인이다. 즉 기회와 불평등, 사회적 배제, 미래에 대한 불안 즉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심각한 양극화가 오늘 영국 폭동의 실제 배경이라 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폭력의 방식으로 표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 점에서 40년전 광주대단지와 오늘의 영국, 그리고 세게는 매우 닮아있다. 폭력은 정치의 실종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정부와 정치가 이들 가난한 청년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상황. 그것에 대해 우리는 해결책을 내 놓아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