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7일 수요일

갑자기 정의의 사자가 된 국회의원들

국회지식경제위원회에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등을 소환해서 대기업의 행태에 대해 질타를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이화수 의원은 "30대 재벌 계열사는 2006년 500개에서 지금 1080개로 늘었다"며 "재벌들이 유통·식품·학원 등 업종까지 침범해 중소기업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도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해 심지어 떡집, 어묵가게까지 진출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과도한 영역 침범은 경제의 선순환 구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전경련은 개발시대의 이익단체 성격을 탈피해야 한다"며 "발전적으로 해체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하는 싱크탱크를 설립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도 "전경련을 해체하는 것이 대기업과 국민경제를 위해 낫다"고 지적했다.

질의 과정에서는 탐욕, 야수, 정글, 먹이사슬 등 대기업 행태를 비난하는 원색적 단어가 등장했고, 경제단체장들은 부자 증세를 거론한 미국의 부호 워런 버핏을 본받아야 한다는 쓴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조경태 의원은 "일본 기업가 중에 '배부른 사자는 더 이상 사냥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기업가는 국민을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사람들이 경제학의 극히 기초적인 교과서라도 읽었는지 의심스럽다. 기업은 도덕군자가 아니다. 이익이 되면 무슨 짓이든지 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그들이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마구 침범하는 것은 그들이 부도덕하기 때문에 아니라, 그렇게 해도 아무런 처벌도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주식시장의 52%를 점하고 제조업의 매출의 41%를 점하는 것은 총액출자제한 페지, 법인세 등 각종 감세조치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의 예상했던 결과였다.
전경련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경제력 집중이 더 심화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회를 포함한 모든 감시기관이 승자의 독식을 방치하거나 심지어는 장려한 결과가 이렇게 온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건희 회장 한번 소환도 하지 못한 국회가 그 책임의 상당부분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와서 겉으로는 무슨 정의의 사자차럼 호통을 치고, 저녁에는 이들에게 손벌리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정치가들이 있는한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그들이 대기업에게 이렇게 호톨칠 정열이 있으면 우선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전면 비판해야 한다. 그것은 하지 않은채 기업주 앞에서 국민들 보라고 쇼하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