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의 조작 사건과 고문 피해자들이 만든 재단인 '진실의 힘'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이 군사정권 시절의 국가 폭력과 간첩 낙인, 그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고문과 사회적 고문을 같은 차원에서 보았다.
30여년 전 독재정권 시절 ‘조작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자신의 형사배상금을 모은 1000만원을 쌍용차 해고노동자 아이들을 위해 내놨다. 억울한 옥살이로 5년을 빼앗긴 김양기(61)씨는 “세상에서 최고인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사냥감 몰이’ 당하듯 쫓기며 경찰에게 맞는 걸 보면서 아이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며 “적은 돈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986년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하다 간첩으로 조작돼 고문을 받았다. 고문으로 삶이 파괴된 이들의 생각은 한결같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에게 가해지는 차별은 ‘사회적 고문’이다.”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계급폭력의 피해자들에게 따듯한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내가 아는한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은 세상에서 오직 자신들만이 피해자라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폭력이 오늘도 지속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들은 달랐다. 정치적 고문과 사회적 고문을 동일한 차원에서 파악하기 시작했다. 일을 당해본 사람만이 유사한 고통을 겪은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행동이었다.
지난 십 수년 동안 나는 노동폭력의 뿌리는 국가폭력에 있고, 양자는 동일한 구조 하에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 주장이 드디어 피해자들의 연대적 실천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것이 사회적 인식으로 확대되어야 역사인식과 현실인식이 만날 수 있고, 운동이 보다 든든한 뿌리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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