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일 수요일

지방선거의 교훈

 

숨가쁘게 진행되어온 제5회 지방선거가 개표가 거의 완료되었다. 결과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연합 후보의 압승이었다. 서울과 경기에서는 아쉽게 패배했지만, 다 죽어가던 친노세력이 부활했고, 영남에서 거의 처음으로 친노계열 무소속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되었다.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를 지탱해오던 지역주의에 금이가기 시작했으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막가피식의 독주에 확실히 제공이 걸렸다. 서울, 경기에서의 진보적인 교육감 당선은 현재의 경쟁주의 교육정책에 심각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앙선관위의 친정부적 규제와 천안함 사건 결과 발표의 무리한 일정 등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에도 불구하고 한명숙, 유시민 후보가 거의 당선권에 근접하고 야당이 이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을 생각하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완패했다고 볼 수 있다.

 

시민들의 심판은 엄중하다. 오만한 권력은 반드시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 등에 대해 각종 시위, 비판, 여론 형성, 심지어는 몇 몇의 분신을 통한 항거에도 꿈쩍도 않았던 이 정부와 주류 언론의 오만은 바로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압승했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언론과 검찰의 충성경쟁, 행정부의 무리한 집행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며,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지식인들의 성명이나 비판적인 언론을 통해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며 반대세력에게 칼을 들이대던 이 정부의 오만은 바로 “할 말 있으면 선거에서 말해”라는 것이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줄 수 있는 최선의 제도인가에 대한 회의론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유권자들에 의해 권력의 일방독주가 견제 감시될 수 있으며, 또 교체 퇴출될 수도 있다는 점은 선거제도의 가장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없는 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모든 사회세력이나 정당은 이 제도의 논리에 편승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정당이나 사회세력은 선거라는 계기에 인물과 정책을 통해서 자신의 실적과 비전을 대중들에게 보여주어야 하고, 대중의 검증을 거쳐 권력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선거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갖기 때문에 사실 서울시장 선거가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 선정과정에서 많은 약점과 내부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서올, 경기 두 거점에서 패해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 치명타를 날리면서 차기의 정권교체를 가시화하는 데 까지 이르지 못했다. 다른 지역이나 기초 자치단체의 야당 연합 후보들의 승리도 대부분은 대중의 견제심리에 기초한 것이지 대안적 비전을 보여주었기 때문은 아니다. 친노세력의 약진 역시 상당부분 노무현 향수에 기댄 것이며, 이들이 차후에 한국을 이끌어갈 세력이라고 판단한 결과 나온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이번에 기초의회, 자치단체에 진출한 민주, 민노, 진보 후보들에게 엄중한 과제가 주어졌다. 이들은 이 정부와 한나라당과는 다른 행정과 의회활동의 전형을 보여주어야 한다. 토착비리로 얼룩진 지역정치를 서민, 약자 위주의 행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확실하게 구축해야 하고, 이들 통해 지역주민의 세력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중앙정부와의 마찰, 노골적인 비협조가 예상되지만 민주, 진보적인 시도지사, 교육감, 의원은 이 점에서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선거의 의제로 떠오른 것처럼 조세 및 복지 의제가 정책적 의제로 부상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행정적 실천을 통해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선거에서는 더 이상 인물중심, 지역주의 논리가 설 자리를 갖게 못하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진보세력은 시험대에 놓여 있다. 이번 선거는 절반의 승리에 불과하다. 이념과 논리가 아니라 정책과 실천으로 응답해야 한다.

댓글 3개:

  1. 0.

    안녕하세요 김동춘선생님



    이번선거가 mb오만에 대한 심판, 권력 견제에 대한 민심이 작동하였고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는 것은 충분히 동감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과연 말씀하신 진보정치세력이 '절반의 승리'라도 했을까요



    승리는 커녕 앞날까지 불투명한 현실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권력견제라는 최소민주주의적 의의와 그 적은 의석에도 뭔가를 해야하는 진보정치세력의 책무의 막중함 속에는 단순히 병렬만 하기엔 너무나 많은 현실적 고단함과 용해될 수 없는 난관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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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소민주주의적 의의와 진보정치의 책무 두가지를 균형감각 있게 말씀하시는 의도는 알겠고 저도 90년대라면, 아직 김대중 노무현이 집권하기 전이라면 이런 입장에 동조하겠지만 현실은 너무 암울하네요.



    혹시 이 용해될 수 없는 두가지 과제를 단순히 병렬하는 것이 진보정치에게 너무 많은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기에 민주화세력 정부가 망하니 진보정치세력도 동반 몰락한 것은 혹시 아닐련지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지 모르지만 전 우리사회 갈등조정방식과 위험관리방식이 거의 존재하지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이 실패한 것은 단순히 좌파신자유주의라서가 아니라 파병을 해서가 아니라 fta를 해서가 아니라 황우석 신드롬과 디워신드롬에서 보여지듯 갈등을 관리하지 못하니 괴물을 불렀다는게 제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 신드롬에 가장 주도적이었던 것은 아니러니하게도 노무현 자신의 지지자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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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명박은 그냥 괴물이지만 더큰 대마왕이 우리앞에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이명박만 극복하면 다일까요. 박근혜는 극복될까요. 아니 말씀하신대로 준비된거 없는 민주당과 친노는 더큰 괴물 진짜 대마왕을 부르진 않을까요



    새정치세력이란 이제는 너무 식상한 '덕담'으로 앞이 뻔히 보이는 이런 미국식 양당제모델을 혹시 방조하고 계신건 아닌지요. 아직 가능성이 보일 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현실에 존재하는 진보정치세력을 키워주시고 변화시켜주셔야하는건 아닌지요.



    이번 5+4 논의과정을 보며 시민사회분들에게 너무 실망을 하였습니다.

    단순히 진보편을 안들어준다 이런 것이 아니라 방식이 너무 아니다라는 점이지요. 중재라는 나이브한 방식으로 돌파가능한 상황인지요. 지금 진보정치를 도와주지않으면 영영 우리나라는 미국식 양당제로 고착화될 것이고 제국인 미국이 아닌 한국사회는 젊은이들이 민족을 사랑할 기회도 잃은채 민족제일주의에 빠져 파시즘으로 가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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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통은 좀 못해도 그래도 오기와 버티기는 잘했던 진보정치세력도 이번을 넘기며 열정도 바닥이 난것 같네요.

    전 속직히 매우 비관적입니다. 지식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덕목인 균형감각과 거리두기를 이해합니다만 지금은 시민운동이 흥했던 90년대와는 좀 많이 다른 상황인듯 합니다.





    <나는 진보인데 나도 87년에 거리에서 싸웠는데 아 촛불시민인데 이번엔 민주당과 친노를 찍어줄게 니네는 출마자체가 급진적이고 순혈주의적이니 내일 출마해라. 다음에 찍어줄게. 니네 뭐 정책은 좋네. 하지만 절대 출마하면 안돼. 출마하면 니넨 망해>-이런 왜곡된 한때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혹은 나도 진보라는, 그런데 전혀 민주주의에 대해 성찰하지못하는 386세대 고학력 화이트 컬러들의 생각이 너무 만연돼있고 혹시 시민사회 지식인분들이 이를 방조하고 계신건 아닌지요.



    저게 바로 모지식인의 <변혁적 중도주의>라는 말장난의 결과는 아닐까요? 과거의 변혁의 추억으로 내일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오늘 중도라는 궤변은 아닐까요. 프랑스의 19세기가 그러했듯이 쟈코뱅의 추억과 나폴레옹의 추억, 혁명의 추억과 황제의 추억이 결합되던 이 황당한 상황이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말란 법은 있을까요? 저런 민주주의의 추억, 노무현의 추억이 파시즘에대한 기억과 결부되어 내일을 망치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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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금이 어쩌면 진보정당과 비판적 지식인에게 마지막 기회인듯 싶습니다. 지금 진보정당은 물론이고 비판 지식인들도 뭔가 하지않으면 내일은 오지않는 듯 싶습니다. 그리고 전 그 비판저 지식인 이란 분들이 진보개혁은 물론 시민사회 혹은 진보란 이름으로 묶여있는 90년대의 틀에서 벗어나 '분화'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imf시절 누구보다 지식인의 성찰을 외치던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신중함과 단순한 병렬, 덕담수준의 조언으로 돌파할 수있는 상황이 아닌듯 하네요. 진보의 '분화'를 외쳐주시고 성찰하지못하는 40대-386세대와 30대 고학력 화이트컬러 소위 8-90민주화운동세대에게 성찰의 메스를 들이될 때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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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블로그에 와서 주절 주절했습니다. 결례를 범한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십오년도 더된 시절에 학부시절에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던 인연으로 저도 답답해서 적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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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지적 고맙습니다. 내가 현실정치, 특정 정치 진영에 몸 담고 있지 않으니 방관자의 균형론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런 측면 있습니다. 진보신당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갖고 있습니다. 지식인들이 나서서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일차적으로는 지난번의 민노당과의 분당 사태가 원인이고 더 근본적으로는 노동운동의 정치력 부재가 더 큰 원인이지요. 보수양당 구조로 고착화되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몇 사람의 지식인이 성명서 내거나 돈 모아주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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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 지식인분들이 나서서 이 모든걸 해결하라고 요구하지않습니다.

    당연히 해결할 수 없지요

    다만 최소한 진보가 만연한 이 사회에 진보의 기준이 뭔지는 말해야하는게 진보적 지식인의 의무 아닌지요.







    민노당의 분당을 말씀하셨고 저도 분당을 반대했지만 잘 아시다시피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현장에서 행위하는 사람들이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면 존중하는게 올바른 것이 아닌지요.

    전 그래서 분당을 반대했지만 운동가들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에 사후적으로 승인했습니다. 이게 진보적 시민의 올바른 자세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진보적 지식인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지금 진보가 왜 망하고 있는지는 저도 백가지가 넘는 이유를 들수 있을겁니다. 그것 보다 중요한건 지금 진보가 왜 살아야하는지 시민인 저도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딱 이거다라고 말할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걸 말할 수있는 것이 이걸 말해줘야하는 것이 지식인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이 너무 공격적이라서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딱 이것입니다.

    진보는 제가 알기론 남에게 고용되며 일로 먹고 살 수 밖에 없는 월급쟁이, 또는 실업자의 이익을 위한 정당을 만들고 좋은 갈등을 일으키며 부자/기업들과 타협하는 것이라 봅니다. 냉전이나 지역을 만들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절대 고칠 수 없습니다. 잘 아시듯 행복의 외적 가치 즉 눈에 보이는 이해관계만이 세력을 타협하게 하고 사회적 평화를 가져오지요. 그런 점에서 오히려 한나라당과 민주당+친노류의 병립보다 부자와 노동의 병립이 더 점진이적이고 사회평화에 기여합니다.









    미국식 양당제 혹은 그의 변형인 국참당+민노당+진보신당의 제3당 통합류가 우리의 미래가 아님을 말씀해주세요.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을 만들고 그것을 부자와 타협하는 코포라티즘을 만들겠다는게 정녕 원리주의인지요.









    미국식 양당제(그의 수정판인 유시민류 리버럴정당)냐 유럽식 복수다당제냐 이기로에 서 있습니다.



    적어도 미국식 양당제는 아니라고 그게 우리사회의 꿈은 아니라고 말해야하는게 아닌지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있고..미국식 양당제를 말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절망할겁니다.



    지금이 마지막 분기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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