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2일 화요일

정운찬 총리

국회 국토해양위가 22일 세종시 수정법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지난 8년간 우여곡절을 겪었던 세종시는 결국 `폐기'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정운찬 총리의 거취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21일 열린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이렇듯 중차대한 국가 대사(세종시 수정안)를 상임위 차원에서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국민 다수의 의사를 무시하면서 쫓기듯 표결하고 끝낼 리 없다고 확신한다"며 국회를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요구한 대로 이 안건이 본회의에 올라간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결국 세종시 문제 해결의 구원투수로 이 정부의 총리로 기용된 정운찬 총리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예견하였듯이 용도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아마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건이 부결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야당에게 책임을 돌리고 자신은 충청도 대표선수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정부에 들어왔을 수도 있다. 그런데 별로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 


나는 서울대 총장 시절 그와 만나서 인사한 적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정운찬 총리를 잘 모른다.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만하면 원만한 인격자이고 서울대 총장을 맡을만한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2007년 대선후보 거론되었을 때, 후보 수락 여부를 저울질을 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고, 이번에 기용된 것도 단순히 총리 한번 하기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의 욕심은 성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충청도 대표로서도 이제 경쟁력을 상실했고, 학자의 이미지, 혹은 지식인 대표로서도 이미 이미지를 완전히 구겼기 때문이다. 탈법의 백화점 4대강 문제는 물론이고, 이 정부 들어서 진행된 비상적인 일들과 과거 그가 보여준 모습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가 합리적 자유주의자로서의 소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정부의 탈법, 불법, 비상식적인 일들을 총리의 자격으로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술 더 떴다. 지난 참여연대의 유엔 안보리 편지 건으로 그는   "애국심이 있다면 유엔에 가져가 우리 조사결과가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했을 것"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문이 생긴다." ( 방해꾼 참여연대? 정운찬 총리의 '불편한 애국심' - 오마이뉴스)라고 발언했다. 이러한 발언은 합리적 자유주의자로서 정운찬의 모습과는 전혀 맞지 않다. "애국심", 그와는 전혀 맞지 않는 단어이다.

 

학자가 권력에 들어가면 자기 소신도 굽혀야 하는가? 아니면 그가 실상은 학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으며, 자유주의 소신을 지킬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결국 정운찬 총리는 학교로 돌아가기 어렵게 되었다. 그는 한나라당에 들어간 운동권 출신들 처럼 살아남기 위해 더욱 더 이명박 정부의 돌격대 역할을 더 거칠게 수행할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역할도 하기 전에 용도폐기 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았다. 나는 그가 전자의 모습을 보질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점점 더 추해지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진흙밭을 구르는 바닥 정치가로서 나설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그가 그러한 용기와 정열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가난한 집안 출신이기는 하나 그는 세상의 어려운 일을 앞장서서 해결을 경력도 없고, 그러한 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경력도 없다. 그는 언제나 주변사람들로 부터 대우만 받으면서 살아온 전형적인 서울대 교수 출신 학자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를 동정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모든 탈법과 불법, 반인권, 부자위주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인물이고 어쩌면 준엄한 법적,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731부대'가 뭔지도 몰랐던 초기 그의 모습은 그의 역사에 대한 무지, 역사의식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서울대 총장자격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일국의 총리가 되기에는 자격미달이었다.  

어쩌겠는가?  이 모든 일은 그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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