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3일 목요일

지금부터가 문제다

힘든 과정을 거쳐 도지사, 시장, 시의원에 당선된 사람들은 지금 당선 축하 전화를 받으면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만 선거라는 것은 사람을 완전히 빨가벗기는 일이고, 진흙탕을 굴러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고통과 어려움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 고통의 정도만큼 당선의 기쁨도 클 것이다. 그런데 비판하는 자리에서 직접 칼자루를 쥐는 자리로 올라서는 순간 위기는 시작된다. 4년 동안 지역권력 잡은 기쁨 맛보고서 나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모르되, 수 많은 사람들의 열망과 지지, 땀과 헌신의 결과로 그 자리에 올라갔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해야할 임무와 과제가 대단히 엄중한 것은 물론이다.

 

특히 이번 지자체장이나 의회는 민주당 및 야당 연합이 주도를 해서 운영할 수 있는 곳이 다수이므로 그 공과 과는 곧바로 다음 대선과 총선으로 연결되고, 진보세력 일반에 대한 평가와 직결되어 있다. 즉 당선자는 개인이 아닌 셈이다. 이번선거를 친노의 부활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이미 엄중한 평가와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앚어서는 안된다. 노무현 정부의 좌절과 실패를 거울삼아 향후의 지방정부 운영에 만반의 준비를 해서 진용을 갖춘다음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이제 진보세력은 또다시 심판대에 서서 재기불능상태에 빠질 수 있다.

 

진보세력은 행정 경험이 일천하고 지역정치에서 소수자이다. 공무원을 다루는 훈련도 되어 있지 않고, 조그만 일로 서로간에 분열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지역사회에 뿌리를 깊이 내린 토착 세력, 건설족들, 각종 관변단체들과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새롭게 자리를 차지한 시장이나 의원들이 이들의 먹이사슬을 함부로 건드리면, 이들은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고, 그것은 지역정치를 마비시키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다. 결국 수십년 보수의 아성으로 자리잡아온 지역정치를 물갈이하는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는데 취약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서 이들과 대결해야 하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다.  

  

 공무원들과의 힘든 싸움이 지금부터 시작이다. 관료들을 잡지 못하면 관료들에 포위되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노무현 정부도 따지고 보면 관료들에게 포위되어 결국 그들에게 잡아먹혔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로 무장된 경제관료들의 힘은 막강하다. 각종 규정과 법의 해석, 예산집행의 실권은  모두 관료들의 머리 속에서 나온다. 이들을 달래고 설득하여 개혁 자치의 우군으로 만드는 일이 결코 간단치 않다. 전문가의 자문,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결코 해결할 수 있는 정치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난 2년 아니 멀리는 지난 십 수년 동안 보수세력 독점의 지역정치에 신물난 사람들은 이제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겠지 하면서 크게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요구를 민원처리 차원에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주체화시키는 작업이 시작되어야 한다. 지역정치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획하기 위햇거는 수동적 주민을 참여적 주민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지역사회의 수동적 소비자, 단순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적 주체 로 변화시키는 일은 중앙정치의 변혁 이상으로 중요하고 역사적인 일이다.

 

또 한번의 기회가 왔다. 그런데 준비상태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떡할 것인가?

위기가 또 시작되었다. 축하주에 취했다가도 술이 확 깰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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