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8일 화요일

노무현 실패의 교훈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과 친노세력이 축배를 드는 모양이지만, 기쁨보다 불안감이 큰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도 그들이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를 명확하게 정리한 것 같지 않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퇴임후에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구상하는 사상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 그에게 사상이 있었다면 재임중에 실천되었어야 했다. 그리고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시점에 사상과 정책으로 무장한 참모들을 거느리고 있었어야 했으며, 만약 없었다면 재임중에 그러한 역량을 키우려는 조그만 노력이라고 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 정치현실에서 그것을 기대하기는 좀 무리였고 노무현도 그러한 노력을 한 흔적이 없다.  정치가가 동시에 정책적 일관성과 철학을 겸비한 사상가일 수 없는 한국정치의 현실 속에서 그 역시 별다른 존재가 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러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민주화와 개혁을 표방하는 세력은 관료들에게 포위되어 결국 관료들에게 굴복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엄중한 현실에 대해서는 냉정한 반성을 하는 것 같지 않다. 권력만 잡으면 되는가?  

 

노무현 정부가 이루어낸 많은 업적이 있지만, 경제정책에서 신자유주의의 기조를 받아들였던 점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자신이 좌파신자유주의를 표방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이었다고 보지만, 나는 반드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무현 시절 강남 집값 잡는다고 공급주의 정책노선에 따라 판교개발을 하겠다고 했을 때 느꼈던 허탈감, 그것은 경제관료들에게 포위되었던 노무현 정부의 적나라한 모습 그 자체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최고의 경제, 복지 전문가라고 자임한 나머지 이들 관료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을 동원하려 하지 않았다.결국 진보진영에서는 그들과 대적할만한 전문가나 세력이 없었고, 결국 경제정책은 경제관료들이 원하는 대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노무현은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었다. 마치 1945년 준비되지 않은 해방을 맞았던 독립운동가들처럼, 준비되지 않은 채 이승만 하야를 맞았던 당시의 데모대 처럼, 언제나 이른바 민주세력은 준비되지 않은 채 굴러들어온 권력을 맞이하였다. 이 준비되지 않은 정치세력 앞에 나타난 가장 준비된 세력은 관료들이다. 나라가 망해도 자신의 이익만은 끝까지 지치는 가장 강력한 연속성을 갖고 있는 무서운 집단이 바로 그들이다. 세상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그들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들은 한편에서는 국가개입주의 그리고 다른 편으로는 시장만능주의로 무장되어 있고, 특히 한국 경제관료의 90&는 미국의 경제교과서를 신봉하는 시장주의자들이다. 관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개발주의와 국가간섭주의를 옹호하고, 그리고 노동자나 약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기업의 편에 서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존재들이다.

 

막스베버는 강력한 정당만이 관료들을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처럼 일관된 이념과 사상으로 무장한 정치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누구도 관료들을 통제할 힘을 갖지 못한다. 정권은 유한하나 관료들의 권력은 무한하고, 전문성과 법지식으로 무장된 관료들 앞에 정치지도자의 오기와 배짱은 통하지 않는다. 노무현은 진보적 지식인들을 불신했고 말만 앞세운 운동권 세력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못한다고 단정하고서 자신이 모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은 큰 착오였다.

 

그런데 현재의 민주당에서 노무현에 필적할만한 인물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면면을 보면 그 정도의 야성과 전투성, 승부근성과 건강한 양심을 갖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준비된 정책팀이 없었던 그 정도의 야성과 양심과 기개와 전투력으로 노무현은 버틸 수 있었으나, 궁극적으로는 그들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러한 정도의 기개도 관료 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었는데, 현재의 민주당이 무슨 수로 지자체의 관료들을 압도할 수 있으며, 또 그들을 개혁의 파트너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과연 민주당은 지방토호들과 그들과 유착한 관료들의 성장주의 개발주의 논리를 제압할 수 있을까?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경쟁주의에 버틸 수 있을까?

 

노무현 정부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민주당이 올리는 승리의 축배가 몹시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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