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0일 KBS 라디오연설에서 “ 연봉 7천만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면서, “평균 2천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아직도 많”은데 “그 세 배 이상 받는 근로자들이 파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 수준은 연봉 7천만원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성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1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3월 31일 기준, 재직중인 전체 직원의 평균 연봉은 4천5백만원선이다.
실제 근무경력이 8년차인 생산직 노동자 A모씨의 2011년 3월 월급명세서를 보면 세전 총임금은 242만원으로 단순 계산해 연봉을 사정하면 2,880만원 수준이다. 역시 8년차인 B모씨의 2011년 2월분 월급명세를 보면 세전 총임금은 180만원으로 연봉으로 치면 2160만원 선이다.
그러나 노조 측에 따르면 7,000 받는 노동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자만 그것은 전체 노동자 100명 중 5명 정도에 불과하고 ‘연봉 7천만원’은 “28년차 노동자가 정규 근무시간 여덟 시간 외에 한 달에 잔업을 80시간 하고, 야간근무를 꼬박 2주 동안 해야 가능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마저도 사정이 ‘좋아서’ 잔업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디어 오늘, 2011.5.31)(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609 )
이대통령의 언술은 노조를 깨기 위해 사측이나 보수언론에서 주로 사용하는 '귀족노동자' 담론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서, 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해서는 안될 용어구사였다. 그것은 정치 선전, 선동의 언술이기 때문이다. 선거 때도 아닌 시점에 대통령이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공격적인 언술, 선전, 선동의 언술을 사용한다면 그는 국민적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의 노동관이다. 7,000받는 노동자는 파업해서는 안되고 2,000만원 받는 노동자는 파업해도 좋다는 것은 70년대식 노동관이자 노동자를 경제동물로 보는 시각이다. 이번 유성기업의 파업이유는 임금이 아니라 근무교대 문제였다. 일주 단위로 주야교대를 하는 경우 노동자들이 겪는 육체적 고통과 건강 침해는 이미 과거 지하철 노조 사레에서 부터 많이 지적되어 왔다. 몸이 망가져도 돈만 많이 받으면 좋다는 이 낡은 노동관을 대통령이 갖고 있다는 것은 국민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사고와 언술이 더 심각한 것은 실제 그가 2,000받는 비정규직은 파업해도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파업은 커녕 노조에 가입할 수도 없다는 것을 그가 모를리 없다. 그렇다면 그의 언술은 진정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유성기업 노동자를 공격하기 위한 마타도어에 불과한 것이다. 즉 파업자체를 거부하는 그의 생각을 감추고 유성기업의 파업을 공격하기 위해 이런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연봉 7,000을 받는 노동자도 파업할 수 있다. 노동자의 단결권이나 행동권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권리다. 그런데 그는 이 발언을 통해 사실상 헌법상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21세기 한국의 대통령이니 이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권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불행한 자여, 한국의 노동자들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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