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9일 일요일

미국은 좀처럼 나가지 않는다- 이라크 철군?

이라크 수상 알 말라키(Nouri al-Maliki)가 올해 미군 철군이후에도 약간의 병력을 남겨둘 것을 고려중이라 한다. 계획대로하면 올해 미군은 이라크에서 전원 철수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가 돌연 이라크 재건과 군.경 훈련을 위한 일부 요원을 남겨두는 문제를 생각하는 중이고,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의회의 동의를 얻을 작정이라 한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부르스 커밍스가 어떤 언론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미군은 한번 들어오면 좀처첨 나가지 않는다"고. 한국의 경우를 두고 한 말이다. 미군은 1949년 한국에서 완전 철수했으나 500명의 고문단을 남겨두었고, 기들은 사실상 고문단이 아니라 군 지휘를 실질적으로 관장하였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은 다시 한국에 들어왔고, 지금까지 60년 동안 주둔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주둔군이 다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시킨 토양 때문에 우리는 고통받고 있다. 사실 주둔군이 더 심각하게 오염시킨 것은 토양이 아니라, 바로 정신이다. 정신은 한번 주입되면 좀처럼 지워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국부의 유출을 수반한다. 미친 미국 유학 열풍, 영어 열풍이 바로 그것이다.

어쨋든 나는 말라키 수상의 발언을 들으면써 쓴 웃음이 나왔다. 올 것이 왔구나.
사실 그의 발언의 진정한 배경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미국은 언제나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 즉 그들 스스로 미국을 원하도록 만들고, 원하는 발언을 하도록 만든다. 절대로 공개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겨도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원한 것이었지 미국이 요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면 종족분쟁이 점화될 위험성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잠잠해졌지만 테러가 재발할 위험도 있다. 그러니 미군 철수를 가장 두려워하는 세력은 바로 현재 미국이 앉혀놓은 이라크 집권세력이다. 사실 미군이 그들에게 주는 의미는 국가재건이 아니라 바로 그들 이해와 안보, 즉 집권세력과 기득권 층의 안보인지 모른다. 그 약점을 미국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안보를 지켜주기 위해 소수의 미군이라도 남기는 것이다.

군대가 주둔한다는 것은 군사적 효과 보다는 정치적 상징적 효과가 더 크다. 즉 미국이 당신들을 지켜준다. 그리고 당신들의 정책결정에 우리가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정치게 개입했다. 군사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아마 대다수의 이라크 사람들은 지난 60년 동안 미군이 전세계 각지 300여곳 이상 지역에 주둔하면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 거의 모를 것이다. 미군은 자신의 경험이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축적되어 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은 미군 주둔이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를 알 수 있는 공유된 정보가 없다. 그들 각자는 모두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 자신만의 것이고, 새로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하나도 새로운 것이 없다. 필리핀 주둔의 노하우가 독일과 일본 주둔에 참고가 되고, 한국 주둔의 노하우가 이라크에 적용이 된다. 그래서 정보와 지식의 극도의 비대칭이 힘입어 오늘도 제국은 군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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