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4일 화요일

Agent Orange

내가 고엽제를 처음 본 것은 1975년이었다.
그 때는 그것을 제초제라 불렀다.
사과 과수원을 했던 우리 집은 사과 나무 밑 풀을 제거하는 것은 큰 골치거리였다. 여름은 매일매일이 풀과의 전쟁이었다.
외지 유학생이라 사정을 자세히는 몰랐으니 잠간 방학 중 집에 와 보면 풀 제거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런데 그 때 바로 이 기적의 농약이 들어왔다. 한번 뿌리기만 하면 신통하게
풀이 노랗게 말라죽어서 녹아내리는 것이었다. 고민 끝이었다.
그런데 그 때 내가 분명히 들었던 말이 있다. 이 제초제는 한번 뿌리면 독성이 땅 속에 30년동안 남아서 그 곳에서 제배하는 곡식이나 과일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참 무서운 농약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면 이 독성이 강한 농약을 포기해야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 풀 제거하는 데 너무 힘이 드니까 사용할 수 밖에 없는가?
대다수 사람들의 선택은 후자였다. 그 독성이 어떤 것인지 아직 알 길이 없었고,
그 것이 어느정도 무서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군이 왜관, 부천 등지에서 화학물질, 베트남전에서 쓰고 남은 고엽제를 수백드럼 파묻었다고 한다. 미 당국은 과학적으로는 그것의 독성을 알고 있었을 것이지만, 그 결과는 나중에 나타나는 것이었으니 실제 그것이 어떤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을 수도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인권의 기준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니 당시 미군의 행동을 설사 한국정부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심각하게 문제제기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군은 자기 땅에다 이런 독성강한 물질을 묻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휘관 급에서는 그러한 행동이 결코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한번 토양이 오염되면 복원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 독성 물질을 한국 땅에 이렇게 대량으로 묻을 수 있다는 것은 바로 한미관계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들에게는 모두 보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독성을 군인들에게
미리 고지하지 않은 것은 당국의 기본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참전자들의 소송을 위한 지원도 없다.

약소국가의 슬픔이다. 고엽제로 평생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온 사람들을 생각하며.....
분노 대신에 조용하고 차분하게 이 문제를 바라볼 때다.
한국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자.

김수영 시인의 시가 생각이 난다.


가다오 나가다오

이유는 없다 ----
나가다오 너희들 다 나가다오
너희들 美國人들과 蘇聯人은 하루바삐 나가다오
말갛게 행주질한 비어홀의 카운터에
돈을 거둬들인 카운터 위에
寂寞이 오듯이
革命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
革命이 끝나고 또 시작되는 것은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고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고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는
夕陽에 비쳐 눈부신 카운터같기도 한 것이니

이유는 없다 ---
가다오 너희들의 고장으로 소박하게 가다오
너희들 美國人과 蘇聯人은 하루바삐 가다오
美國人과 蘇聯人은 [나가다오]와 [가다오]의 差異가 있을 뿐
말갛게 개인 글 모르는 백성들의 마음에는
[美國人]과 [蘇聯人]도 똑같은 놈들
가다오 가다오
[四月革命]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는 것은
잿님이할아버지가 상추씨, 아욱씨, 근대씨를 뿌린 다음에호박씨, 배추씨,
무씨를 또 뿌리고
호박씨, 배추씨를 뿌린 다음에
시금치씨, 파씨를 또 뿌리는
夕陽에 비쳐 눈부신
일년 열두달 쉬는 법이 없는
걸찍한 강변밭같기도 할 것이니

지금 참외와 수박을
지나치게 풍년이 들어
오이, 호박의 손자며느리값도 안되게
헐값으로 넘겨버려 울화가 치받쳐서
고요해진 명수할버이의
잿물거리는 눈이
비둘기 울음소리를 듣고 있을 동안에
나쁜 말은 안하니
가다오 가다오

지금 명수할버이가 멍석 위에 넘어져 자고 있는 동안에
가다오 가다오
명수할버이
잿님이할아버지
경복이할아버지
두붓집할아버지는
너희들이 피지島를 침략했을 당시에는
그의 아버지들은 아직 젖도 떨어지기 전이었다니까
명수할버이가 불쌍하지 않으냐
잿님이할아버지가 불쌍하지 않으냐
두붓집할아버지가 불쌍하지 않으냐
가다오 가다오

선잠이 들어서
그가 모르는 동안에
조용히 가다오 나가다오
서푼어치값도 안되는 美. 蘇人은
초콜렛, 커피, 페치코오트, 軍服, 手榴彈
따발총..... 을 가지고
寂寞이 오듯이
寂寞이 오듯이
소리없이 가다오 나가다오
다녀오는 사람처럼 아주 가다오!
<196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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