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1일 일요일

통일이 되면 한반도를 떠나겠다?

고은 시인이 말했다.

 

“조국이 통일만 되면 내 나라를 떠나 민족을 잊고 싶다. 지긋지긋하다. 조속히 분단이 끝나길 바란다”

 

언론은 이러한 표현이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말한 것이라고 논평을 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말이 이렇게 들린다.

"분단과 통일 문제로 더 이상 씨름하지 않는 자유인, 세계인으로 살겠다"

 

한글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해부족 때문에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한국어가 외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한글이라는 언어의 미세한 뉘앙스를 이해못한 것이 아니라, 민족문제를 인간의 문제, 보편적 문제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니면 고은 시인 자신이 분단과 통일 문제의 사고에 갖혀서 그들이 이해가능한 방식으로 우리 문제를 보편화하지 못했거나.....

 

그가 소망하는 것처럼 분단극복과 통일이 하루아침에 도둑처럼 올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오더라도 하루아침에 모든 문제가 정리되는 방식의 통일이 될 것 같지 않다.

 

설사 그런 통일이라도 오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그는 한반도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민족문학이 아니라 '민족의 고뇌가 담긴' 세계문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말의 진의를 "민족과 통일이 우리의 사고를 제한하고 있다" 라고 해석하고 싶다. 21세기의 지성은 20세기 우리 지성의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노벨상이 무엇이 중요한가? 우리가 그러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진정 세계인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고, 세계인의 사고를 해야만 한국이 세계와 함께 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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