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방영은 보지 못했으나 유투브를 통해 유홍준씨가 최철원 M&M 사장에서 야구방망이로 폭행당한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당장의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냉정하게 이 사건을 보자.
유홍준씨는 화물노조활동 전력 때문에 자기회사가 M & M 로 인수합병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그래서 차량시위 등 계속되는 항의를 하다가 도저히 경제적 어려움을 버틸 수 없어서 차를 사달라고 최철원 사장을 찾아갔다.
최사장 측은 그의 시위 때문에 업무 방해를 받았다고 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었다고 한다.
즉 문제는 유홍준의 노조활동, 블랙리스트, 생존권 박탈이라는 처벌의 과정이 있었고, 그 처벌에서 막다른 길에 놓인 그가 최사장을 찾아갔다는 점이다. 자, 이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는 그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다는 점을 먼저 생각하자. 경찰도 법원도 노조도 시민단체도 그가 부당한 방식으로 처벌을 당한 것에 대해 도와주지 않았으며, 응당 그를 도와주었어야할 기관들이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말은 결국 기업이 원하는 대로 사회가 움직였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노조활동의 댓가를 오직 혼자 지고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초등학교 마치고 40년을 노동자로 살아온 한국의 전형적인 바닥사람이다. 그가 최사장을 찾아간 것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실제로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도 했다고 한다.
둘째로 생각할 점은 차를 사달라고 찾아간 그에게 야구방망이 찜질을 해서 맷값으로 돈을 줄 생각을 한 최철원 사장의 두뇌구조와 가진자들의 의식이다. 자신이 법적으로는 아무 책임이 없으나 워낙 말썽을 부리니, 흠쓴 두들겨주고 돈으로 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자, 돈을 주면서 이렇게 두들겨주어도 좋다는 생각은 어디서 왔을까? 첫째는 가난뱅이들에게는 돈이 최고이고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니 죽지 않을 정도만 두들겨주어도 그가 돈을 받아갈 것이라는 기대다. 그리고 경찰, 검찰, 언론은 모두 자기 편이니 이렇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그가 야구방망이 폭행을 계획한 것은 바로 평소에 그가 이해하고 있는 바, 그의 위치와 힘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가진 것은 몸뚱이밖에 없는 노동자는 실컷 두들겨맞고 최 사장이 침을 발라 그에게 던진 돈을 주워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가 인간적 굴욕감과 슬픔을 견딜 수 없어 사후에 이 문제를 거론하였다. 그러나 사장의 폭행을 옆에서 지켜본 7명의 회사 간부들은 자신이 직접 사인까지하고 돈을 가져간 놈이 지금와서 말이 많다고 욕설을 퍼붓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최사장이상으로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파괴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야말로 굴욕을 참으면서 사장에게 비벼야 하는 우리시대 보통 사람들의 자화상이다.
자. 검찰이 어떻게 판단할까? 유홍준씨가 사인까지하고 돈을 가져갔으니 합의한 것으로 보아야한다 뭐 이런 주장을 하지 않을까? 그리고 법원은 최사장이 폭행은 한 것이니 벌을 좀 받아야 하지만, 국가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니 정상참작을 해야 한다며 적당히 봐주지 않을까?
KBS는 이 사건을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사건이 우리사회에 던져주는 메세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