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2일 금요일

학문, 사회학

어제, 오늘 제13회 비판사회학 대회가 서울대에서 개최되었다. 어제 나는 실로 오랫만에 비판사회학대회에 참석해서 사회와 논문 발표를 했다.

( 내 발표문 제목은 "전쟁, 반란의 위기에 직면한 지배체제- 냉전, 분단, 반공주의 질서와 현대 한국의 전쟁정치").

오랫만에 동료 선후배 많은 학자들을 만났다. 대부분 잠간의 인사로 스치고 지나가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학문적 동료들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나는 4년의 진실화해위 활동으로 학계를 떠나 있었고, 그 동안에도 연구자 모임보다는 대중적인 글이나 서적 집필, 활동가들 모임, 외부강연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기 때문에 사실 2000년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을 그만 둔 이후에는 학계 활동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어제 모임에서는 내가 사회와 발표 역할 하느라 다른 세션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가장 관심을 끈 주제는 역시 사회학의 위기, 특히 젊은 사회학도들의 어려움과 사회학 교육과 사회학 전공자 진로 문제에 대한 논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사회학의 위기가 제기된 것이 일곱 번이나 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는 위기론 자체도 식상해 진 감이 있다. 사회학의 위기는 사회학의 현실 설명력의 위기, 사회학 박사들의 취업위기, 사회학과의 폐과 위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통계로 나타난 수치만 보더라도, 사회학의 정체는 심각한 일이다.

 

나 역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 문제에 결코 무관심할 처지가 아니고, 적극적으로 방안을 만들어야할 당사자이기도 하다. 내가 학회에 참석하고 이 쟁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이제는 이 문제를 책임져야할 위치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사회학 전공학생들이 취직을 잘 하고, 대학원에서 사회학 공부하는 학생들이 속된 말로 '잘 팔릴' 수 있을까? 이 사회를 비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참으로 곤혹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학생의 진로를 위해서는 좀더 실용적이 되어야하고, 로비를 해야하고, 정치력도 발휘해야 하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인사도 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숙이는 일이고, 이론적 입장과 배치되는 행동을 해야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는 이 책임이 서울 주요 대학 사회학과 교수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주요 대학 사회학과 교수들이 어떤 연구와 실천을 하는가, 어떤 업적을 생산했는가가 전체 사회학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더 훨씬 좋은 물적 인적 조건을 갖고 있으며 강의부담도 매우 적다. 학교의 입지 때문에 자신의 실천을 통해서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도 많다.  

그들의 연구업적과 역량이 사회학의 얼굴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대학에서 밥먹고 있는 사회학 교수들 전체가 책임을 갖고 있다. 특히 젊은 나이에 일찍 자리잡은 교수들의 책임이 크다.

 

 90년대 사회학 위기론이 제기되었을 때 선배 학자들이나 교수들은 소장 진보적 사회학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들 때문에 사회학과의 이미지가 너무 과격하게 비쳐서 학생들이 취직을 못한다는 것이다. 성공회대학교 재단 측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즉 소수의 과격파 이론가들이 학교 이미지를 매우 '위험한' 대학으로 만들고,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 보고 하는 소리 같다. 과연 그럴까? 소수의 진보파가 목소리를 낮추면 사회학 전공 학생들이 취직을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비판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좋다. 그러면 당신들은 무엇을 했나? 과격한 소수의 사람들이 운동이론가가 되어 유명해(?) 져서 사회적 분위기를 좌우할 때에, 다른 사회학자들은 사회학의 여러 학문 분야 연구와 실천을 통해서 사회에 기여할 길이 없었는가? 그들이 비난하는 진보가 아닌 일반 사회학자들은 과연 무슨 학술적 업적이 있으며, 무슨 사회적 기여가 있었단 말인가?

 

지나간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진보학자들은 자기 방식대로 세상에 기여하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연구와 교육을 통해 사회학의 '시장성'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점에서 실용주의자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취직 신경쓰지말고 이론만 공부하라고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친기업적인 사람을 요구한다면 나는 적어도 교육 과정에서는 일방저으로 반기업정서를 주입할 생각은 없다. 또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다. 나는 젊은이들이 세상에서 먹고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이 일자리 잡는데 유리한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의 역할이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 대해 의제를 제기하고 담론을 이끌어나가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또 그것에 의해 학문의 필요성, 사회학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여론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잠재력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실용적 필요 때문에 자신의 끼와 꿈을 접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어디 학문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지도자들 없을까? 젊은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사람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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