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의 자서전 [달리는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역사 에세이] 를 다 읽었다. 하워드 진은 알려진대로 올해 타계한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인 역사학자이자 운동가이다. 그의 [미국민중사]는 국내에도 번역이 된 베스트 셀러다.
얼마난 FBI의 하워드 진에 대한 사찰기록이 공개되어 큰 논란거리가 된 바 있지만, 미국정부는 그를 매우 위험한 인물, 좌익으로 지목하여 죽을 때까지 사찰 감시 한 것으로 보인다. 아서 술레진저같은 주류 역사학자는 그를 본격 역사학자로 취급하지 않았지만, 그는 몸으로 역사 현장에 뛰어들어 세상을 바꾸려 노했으며 대중들을 직접 교육한 현장 역사학자이자 교사였다.
그가 자서전에 기록한 내용의 일부는 우리도 알고 있는 것들인데, 새삼 미국사회의 여러 측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백인인 그가 미국사회의 그 저류의 핵심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우선 노동자 출신이었으며, 공군 조종사로서 전쟁을 몸소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가 젊은 시절 남부의 작은 여자대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미국의 인종차별 현실을 뼈저리게 겪었고, 결국 그것과 맞서 싸우다가 해직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더욱 새롭게 느낀 점은 미국사회에서 흑인에 가해진 폭력과 불법은 미국의 연방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을 노골적으로 위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히 자행되었으며, 흑인은 법의 적용영역 밖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국에서 좌익, 간첩,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처우와 사실상 완전히 동일한 것인데, 문명국가 미국에서 이러한 일이 60년대는 물론 그 이후 지금까지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으며, 그에 대해 주류 미국사회나 주류 언론들은 계속 모른채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평소에 알고 있었던 것 보다 그는 훨씬더 활동가에 가까운 존재였고, 몸으로 미국사회의 허위에 저항해 왔다. 인종문제, 계급문제, 전쟁 문제를 전공하는 미국의 수 많은 사회과학자들 중 그와 같이 몸을 던져서 미국사회를 고발하려 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그의 삶이 더욱 돋보인다.
보스톤 대학의 총장과 이사들이 그를 집요하게 추방하려 한 것은 오늘 한국의 여러 비리 사립대학의 현실을 연상케 해 주는 사실이다. 대학은 죽은 학문을 가르치기를 원하지 그와 같이 '책을 통한 가르침과 사회적 행동 참여'를 함께 하는 교육을 원치 않는다. 그것은 대학이 바로 체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의 낙관주의, 인간에 대한 믿음, 행동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들은 우리가 많이 배워야 할 점이다.
"정치권력은 그것이 아무리 엄청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허약하다.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 얼마나 소심한지를 유념하라"
그가 겁을 먹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깨우치고 있다.
결국 그의 자서전을 읽고 더 분명해 진 점은
겁먹은 자들이 조금만 생각을 다잡으면 세상은 쉽게 바꿔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불의한 권력자들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체제를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고, 아무리 보수 언론을 통해 자신의 비리를 막더라도 그들의 불법은 계속 들통나고 있으며,
노골적 폭력과 은근한 협박이라는 수단에 호소하지 않고서는 대중을 복종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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