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5일 금요일

어두웠던 시대의 양심, 홍성우 변호사 (서평)

[어두웠던 시대의 양심] 서평입니다.

정돈된 내용은 아래 첨부한 pdf파일을 다운 받아 보시면 더 좋습니다.

http://red.skhu.ac.kr/~s200331153/dckim/dark.pdf

서평자_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민주주의연구소장, 서울대학교 사회학 박사


『인권변론 한 시대 - 홍성우 변호사의 증언』
1972년 유신 이후부터 1987년 전두환 정권이 끝나는 저 어두웠던 군사독재 시절 동안 법원은 군의 총칼의 하 수인이 되어 거의 죽어 있었다. 그런데 이 죽은 법원에서 생명을 고함친 사람들이 있었다. 이른바 양심수들과 그 들의 편에 섰던 인권변호사들이다. 홍성우 변호사는 그 일 세대에 속하는 사람이고, 따라서 전인미답(前人未踏) 의 힘든 길을 개척했던 선구자였다. 이 책을 보면 7,80년대 중요한 역사적 사건, 즉 중요한 시국 판결의 현장 대 부분에 그가 약방의 감초처럼 출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고,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돈 안 되는 사건 맡아서 경제적으로만 고통받은 것이 아니라, 구속의 공포는 물론 80년 초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서 강제로 휴업계까지 내야 했다. 70년대 강신옥 변호사의 법정 구속 사건은 워낙 유명하지만, 우리는 “법정에 칼이 섰다”는 김지하 시인의 표현처럼 등 뒤에 칼을 의식면서 변론을 해야 했던 사정까지는 사실 잘 모른다. 홍 변호사를 비롯한 당시의 일부 변호사들 ‘위험한’시국 사건의 변호를 맡는 것은 당사자인 반정부 인사들의 투쟁에 버금가는 용기를 필요로 했고, 공안당국의 엄청난 협박을 받으면서 변론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 하게 된다. 당시 재판이라는 것은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인권변호사들의 혼신을 다한 열정과 변론은 억울하게 사형 판결을 받아서 저승으로 갈 수도 있었던 사람들 상당수 를 살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재판부 기피신청을 걸어 김지하 재판을 연기한 것,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 원풍모방 노동조합 탄압사건, 송씨 일가 간첩단 조작사건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며칠 밤을 새우며 침식 을 잊고 몰두하면서 항소이유서를 쓰는 등 가슴으로 변론한 것들이 대표적이다. 그의 열정이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살렸다.
홍 변호사는 법정에서 단순히 변론을 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사건의 성격과 의미를 세상에 알리고 관심을 촉구 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운동가가 되었다. 그것은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어 죽이던 당시 지배 권력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홍 변호사를 비롯한 인권변호사들의 진정성과 인격이 돋보 인다. 그는 서슬 시퍼런 시절에 다른 변호사들이 기피하는 시국 사건을 도맡아서 했고, 약간 정치적 분위기가 좋 아져서 특정 사건을 맡으면 세간의 인기를 얻고 개인적 공적이 될 만한 사건들에 다른 변호사들이 너도나도 몰 려올 때는 슬쩍 뒤로 빠졌다. 즉‘인권변론’이 이제 정치권으로 가는‘스펙’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던 8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이들이 공명심 때문에 인권변론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야말로 두고두고 귀감이 될 것이다.
홍 변호사의 인격이 돋보이는 모든 대담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독재정권과 검찰의 대리자 역할을 했던 당 시 판사들에 대해서도 분노나 원망보다는 나름대로 동정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담에는 군사독 재 시절, 역사의 한 장면을 차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론되고 그들의 인품과 실질적 공적에 대한 평가도 나오 는 데, 모두가 귀중한 역사적 증언에 해당된다. 특히 과거에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지금은 반대편의 정치적 입 지를 걷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념적 잣대로 일방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그들의 진정성과 인간됨에 대한 긍 정적 평가를 하는 점도 홍 변호사의 인품을 돋보이게 만들고 읽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어 준다.

이 대담집은 좀 특별한 형태의 한국 현대사이자, 한국 인권투쟁사이자, 사법부의 굴욕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 시대 법률가의 임무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교과서이기도 하다. 그동안 민주화 운동사에서 상대적으로 과 소평가 되어온 인권변호사들의 투쟁도 우리 민주화 운동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우리의 사법부가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지 가르쳐 준 것도 이 책의 큰 공헌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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