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31일 목요일

일본 원전위험의 정치사회학


이번 일번 원전 방사능 누출사태에 관한 외신보도를 보면서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천재'라고 하는 것의 상당수는 '인재'라는 것을, 즉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내가 모든 자연적 피해를 사회적인 것으로 보는 습관을 가진 직업병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지진 쓰나미 때문에 발생한 일본 원전 사고도 단순히 자연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이유 때문에 오늘처럼 큰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 것이다.


1970년대부터 일본 내에서도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속 있었고,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나 기술자들도 많았지만 그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세계 3위의 원전 생산 국가가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관료들과 산업체로 묶여진 원전 기득권 집단의 이해관계가 유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향후 20년 내에 14기의 원전을 더 건설해서 현재 에너지의 1/3을 원전에서 충당하는 구조를 1/2까지 높이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간 일본 정부는 원전의 안전성을 선전하기 위해 원전을 유치하려는 지역의 중등학교 과정에 원전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가르치기 위해 2,000만불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은 분명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고, 당장의 성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인센티브도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산업측의 이해관계자들의 로비는 집요하였으며, 관료들과 정치가들은 그들의 요구에 따라 원전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셈이다.


여기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의 취약성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집권 민주당은 2009년에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에 대해 공약을 했지만, 기득권 세력들의 반대체 부딪쳐 거의 실행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본의 에너지 정책이 원전 위주로 박차를 가한 것은 정책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집단의 로비의 산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결국 정치적 문제이자 시민사회의 역량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일본의 사태로 당장 값이 싸다고 덥석 물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만날 수도 있다는 엄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자,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중국 연해주의 핵 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전기를 덜 소비하는 산업구조, 도시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일본이 원전사태로 국가적 재앙을 맞고 있는 바로 그날, 이명박 대통령은 UAE 원전 기공식에 참석한 사실이 우리 국가의 현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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