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안기부 X 파일 사건을 보도한 MBC 이상호 PD예게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1997년 대전 직전 삼성의 이학수, 중앙일보의 홍석현이 돈을 건낼 특정 후보와 검찰 고위간부 이름 등이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있던 파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호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지만 2심은 "언론이 위법 수집 증거에 접근해 본연의 사명을 달성했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은 정보의 불법수집과 공개누설 행위를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고, 급기야 대법원은 이 기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의 형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회사 돈을 빼돌려 불법 정치자금 100억 원을 이회창 후보 측에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삼성 측 관련자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과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전원 무혐의 처리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검사들에 대해서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조봉암 사건 등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판결이 그러했듯이 1심에서 양심적인 판사들이 무죄를 선고하여도 상급심에서 오히려 형이 가중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대체로 이러한 경우 상급심은 거의 정치적 판결, 즉 권력자와 힘있는 자의 의중이 반영되는 판결을 하게 된다.
대법원이 이상호기자를 유죄로 한 논리는 이상호 기자의 보도 의도가 안기부의 불법감청 녹음 자체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학수 홍석현의 대선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검찰 고위간부들에게 떡깞 전달 모의에 대한 고발이었다는 점, 이 사건이 공중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공익에 중요한 침해를 발생시킬 사건이 아니라 8년이 지나 공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보도로 얻은 이익 가치가 통신비밀보호의 이익가치보다 크지 않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 판결은 법률언어로 포장되어 있으나 요약하면 불법감청, 녹음된 자료를 공개한 죄가 불법 모의한 죄보다 크다는 것, 즉 도둑질 모의를 고발한 죄가 도둑 모의모다 죄가 크다는 것이다. 도둑 모의는 공적인 관심이 아니고 그들은 비밀을 보장받아야할 개인이며, 고발자는 공익적 관심에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한 건하려는 사적인 관심에서 행동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가면 기업의 정치자금 전달 모의는 도둑질이 아니며, 시간이 지나면 더더욱 문제삼을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감히 언론이 이것을 터트렸으니 혼 좀 나 봐야 겠다는 것이다. 누가? 삼성과 중앙일보가? 아니 풋내기 PD가...
이 판결은 스폰서 검사를 폭로 사건이 발생해도 스폰서 검사는 처벌하지 않고 고발한 사람만 괴롭히거나 구속시키고, 삼성 비자금을 폭로해도 삼성은 제대로 수사조차 않고 김용철 변호사만 괴롭힌 검찰과 법원의 판단과 다르지 않다. 기업과 검찰의 불법이 고발되면 그 불법 사실은 조사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고발한 사람을 이리저리 괴롭히다가 처벌근거를 찾아서 꽤심죄로 처벌하는 한국 법원과 법찰의 권력눈치보기 판결의 연장판이다.
나는 대선후보와 검찰에게 떡값주는 모의를 들추어내는 것이 공익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그들의 판단에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뛰어난 대법원 판사들이 실제로 이렇게 생각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들이 배운 법률 기술은 힘있고 많이 가진자 이익 지켜주기 노릇을 위한 논리 훈련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힘있는 자들의 범죄는 모두가 은밀하게 문서한장 남기지 않고 진행될 수 밖에 없으니 '증거가 불충분'할 것이고, 수사의지도 없으니 더욱 무죄가 될 수 밖에.... 그런데 그 범죄가 미치는 영향은 헌정질서를 뒤흔들고 온 국가와 국민을 타락시킬 정도로 그 여파가 치명적이다. 그리고 그들을 고발하는 것도 죽을 각오를 해야할 정도로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너무 큰 사건이니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그것을 다시 확인해 주고 있다. "어디 감히 삼성과 중앙일보를 고발해 !, 겁없이"
자 이판결로 기업의 떡값모의와 전달은 계속될 것이고, 언론의 고발은 이제 더욱 위축될 것이다.
검사들은 기업의 돈받아 기업편향적 판결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고, 기자들은 이제 삼성 사건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야당 후보 돈 주는 것은 죽을 각오를 해야 하지만, 여당 후보 돈 주는 것은 부담이 없다. 아니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대법원까지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비뚤어지고 비뚤어진 서글픈 모습니다.
2011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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