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가 내전 상태다. 벵가지는 시위대에게 점령되었지만, 트리폴리는 카다피가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무력은 카다피가 장악하고 있지만, 이미 그의 연설이나 진압의 명분은 거의 사라졌다. 따라서 그의 무력도 언제까지 지탱될 수 있을지 알수 없다. 군대에 대한 장악력의 상실은 카다피의 몰락을 의미할 것이다.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기 때문에, 민주화 이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서방은 제재의 수단이 거의 없다. 문제는 적나라한 폭력만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하겠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어디까지 번져나갈지 알 수 없다. 아마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순조롭게 이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슬람 근본주의, 부족 간 갈등과 학살 이 만연할 가능성도 있다. 적어도 향후 30년 간 이 지역은 갈등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민주화 도미노가 장차의 세계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첫째는 미국 헤게모니의 후퇴 혹은 몰락이다. 둘째는 석유의존 경제의 후퇴다. 세째는 제국주의의 종식, 그리고 국가라는 지배제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다.
중동의 왕조체제와 전제주의는 미국와 유럽의 지지 속에서 가능했다. 미국와 유럽의 지지는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다. 리비아는 그것에서 탈출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들과 암묵적인 밀뭘관계에 있었다. 중동 석유자원 확보을 위해 미국과 영국은 이들 왕조와 전제주의를 옹호해왔다. 이제 그 명분이 사라졌다. 그래서 중동 북아프리카의 민주화는 탈냉전후에도 지속된 식민주의와 결별하는 것이고 진정한 자유법치국가의 수립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는 운동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발전단계는 이미 자유법치 국가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서 중동 북아프리카 민주화의 비동시성의 동시적 전개의 성격이 있다.
그래서 이 혁명은 미완의 탈식민혁명이자 동시에 자유법치국가의 완성, 그리고 그것의 극복이라는 이중적인 혁명이다. 이집트의 민주화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독재자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다. 이명박 정부가 그렇듯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독재와 폭력을 사용해서 추진해 온 것이다. 왕조체제 붕괴 운동은 21세기에도 지속되는 근대화 운동이자, 탈식민운동이지만, 동시에 21세기적 탈국가운동으로서의 의미도 가질 것이다. 그래서 이번의 일련의 사태가 갖는 세계사적 의미는 80년대 남미의 민주화 보다 더 심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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