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0일 일요일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리비아의 벵가지에서 200여명 가량( Human Rights Watch에서는 84명)의 시위대가 보안경찰에 의해 피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타피의 40년 철권통치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바레인에서도 많은 시위대가 사망하고 부상을 당했다. 튀지지와 이집트에서 점화된 아랍권 민주화 운동은 이제 석유 생산국 리비아와 바레인으로 옯겨붙었고, 이란, 예멘 모로코 등에서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민주화 시위는 제2의 프랑스 혁명으로 불려질 정도로 그 의미가 심대하다. 보통선거와 삼권분립, 법의지배를 내용으로 하는 근대 민주주의 국가가 아직 이들 지역에는 수립되지 않았고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도 왕권 혹은 전제주의 정권의 철폐, 공안통치의 종식, 언론의 자유 등 근대 자유민주주의 혁명에서 나타났던 구호들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민주화는 80년대 남미와 아시아에 불어닥친 민주화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기는 하나, 그 보다 세계사적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이란과 리비아는 또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친미적인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는 반미혁명에 성곻하였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에 의해 그 민주화가 대체되었으며, 리비아의 카다피 역시 쿠데타를 통해 미국, 영국의 식민주의 추방하고 석유자원을 국유화하는 등 반미적인 입장을 명백하게 했다. 이 두 나라는 반미혁명에 성공했지만, 민주주의 대신에 새로운 형태의 독재와 이슬람의 종교적 봉건주의가 자라잡았다.

그런데 이 두 나라를 제외한다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가 남미 민주화와 공통된 점은 구식민주의가 물러간 자리에 새롭게 들어온 신식민주의 즉 미국을 필두로 한 냉전 제국주의에 의해 민주화와 자유화가 심각하게 차단되었고, 왕조 혹은 장기독재 체제가 미국의 후원 하에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철저하게 자신의 국익에 기초해서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이란을 포기하기 위해 이 지역의 독재정권을 지지해왔다. 그래서 이란과 리비아의 만주화에 대해서는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이집트, 바레인의 경우에 대해서는 그저 원론적인 입장 표명만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초점은 확실히 바레인이다. 바레인은 인구가 120만 밖에 안되는 소국이지만, 미국의 5함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이란의 핵을 직접 맞대면하고 있는 중동지역 내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기 때문이다. 만약 바레인에서 이집트와 같이 왕조체제가 무너진다고 하면 그 결과는 이집트에 못지않을 정도로 심각할 것이다. 바레인이 무너지면 중동 최후의 보루, 미국의 최우방이자 가장 심각한 왕조 독재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흔들리게 된다. 이것은 미국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래서 미국은 바로 협상에 의한 점진적 민주화, 즉 이슬람 근본주의가 들어서지 않고 반미정권, 반 이스라엘 정권이 들어서지 않는 민주화를 기대하고 있다. 아니 단순히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밑으로 적극 개입하고 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음은 북한이다"라고 즐겁게 감상하면서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라고 있는가? 아니면 적극적인 중동, 북아프리카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대미편중의 외교 노선 위에서 석유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은 바레인이 흔들리면 미국과 같은 처지에서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석유가 인상은 불가피해 보이고 중동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이상으로 이번 사태로부터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독자적인 중동정책이 없이 오직 미국만 따라해온 한국의 외교노선은 심각한 시험대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민주화의 도미노를 마땅히 반겨야하지만, 더욱 더 냉정하게 사태의 추이를 바라볼 필요가 있고 그것에 기초한 대안 마련에 치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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