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4일 월요일

'불꺼진 송도' 뉴스를 보고 - '국제', '글로벌'은 사기다

어제 저녁 TV 뉴스에서 '불꺼진 송도'의 실태를 보았다.
송도 오피스텔에 당첨되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라며 너도나도 몰려들던 일이 생각이 났다. 나야 돈이 없어서 투자할 생각도 한 적이 없고 있어도 하지 않았겠지만, 주변에서 그 곳에 청약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니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런데 인천시와 언론에서 무슨 동북아 금융 허브니 국제도시니, 국제학교니 떠들고 여러 대학이 송도에 제2 캠퍼스를 만들어 영어로 강의하니 떠들던 일이 생각난다.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니 국제도시라고 자랑하던 송도에는 한국사람 몇 사람만이 왔다갔다 한다고 한다.

과연 부동산 침체가 없었으면 송도는 국제도시가 되었을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것을 기획한 사람이나 그곳을 갖고서 돈 벌이한사람이나 모두 진정으로 국제적인 것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들이다. 그들은 한국서 권력과 돈을 거머쥐고 잘나가는 것에 관심이 있지 한국이 진정으로 국제적인 시야와 감각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 국제도시가 되려면 외국자본을 끌어들어와야 하는데 모슨 메리트로 그들을 끌어온단 말인가? 두바이처럼 완전 면세 노동조합 없는 경제 자유구역을 만들자는 이야기인가?

한국에서 국제니, 글로벌이니 떠드는 것은 거의 사기라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글로벌을 이야기하려면 우선 북한 문제를 풀어야 하고,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
한국에서 영어 우상숭배도 사실 국제용이 아니라 국내용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국제, 글로벌 자격증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실제로 외국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국내용이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국제는 사실상 미국이다.

서울의 유수대학에서 글로벌 전형이니, 글로벌 경영이니 이름틀 붙여서 우수학생을 유치하려 한 일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 각 대학에서 국제학부를 경쟁적으로 신설한 일을 알고 있다. 모르긴 해도 그것은 거의 사기다. 그 학부에서 영어로 강의한다는 것 외에 무슨 국제적인 것이 있겠는가? 이집트에서 저런 큰일이 일어나도 아랍언어는 물론 문학과 역사, 정치와 시회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나라에서 무슨 국제를 운운하는가? 사기 대학과 그런 사기에 넘어가는 학부모들, 이것이 비록 허풍과 사기가 있더라도 일확천금할 수 있으면 좋은게 아이냐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얼빠진 한국인들의 모습니다.

나는 대학 초년 시절에 외국 물 먹고 영어잘하는 사람들이 외국의 좋은 것 민주적인 배워서 훨씬 더 민주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기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유신체제에 굴종하고 학생들에게 대단히 권위적인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외국사람들과 영어로 대화는 했지만, 그들이 하는 대화 내용은 외국사람들도 공유하는 일반적 주제로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 한국 문제를 어떻게 해결마면 좋냐는 등 사실 우리가 더 잘 아는 내용을 식민지 백성이 모국의 지배자에게 물어보듯이 하는 것을 또 한번 더욱 크게 실망했다.

진정으로 국제적인 조직이나 사람은 국제니 글로벌이니 떠들지 않고 그들이 겪어온 일을 열심히 배워서 국제적인 문제에 함께 동참할 능력을 가진 조직이나 사람이다.
국제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면세조치만 취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국제적인 감각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언어는 수단이고, 정신이나 감각, 지식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정신이나 감각은 반드시 외국에 갔다 온다고 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만이라고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대학이 이 사기의 대열에 앞장서는 것이 참으로 서글프다. 오늘도 '국제어' 배워서 '국제적인 인물'이 아닌 국내에서 잘 나가는 인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한국인들이 애처롭다. 불행히도 국내에서 잘 나가는 자리는 아주 제한되어 있다. 진정으로 국제적인 인물을 만들어 국제사회에 기여해야할 이 시대적 과제와는 한 참 떨어져 있다.
이제 이 정신나간 국제, 글로벌 운운 그만 둘 때가 되었다. 대학이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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