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1일 월요일

서울대 교수의 폭행 사건, 어떻게 볼까?

김인혜 서울대 교수의 학생 폭행, 자기 사적인 행사 참여 강요, 수업 부실, 학생 협박 건이 세간의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직위해제를 한 다음 진상을 조사할 모양이다. 본인은 그러한 교육이 음대의 관행이었다고 변명을 하는 것 같다. 당사자인 김 교수의 알려진 행동과 변명들을 보면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준을 넘어섰다. 아마 그러한 세계에서만 살아온 사람이어서 그런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를 정도인 것 같다. 상당히 중증환자다.

이것이 다른 교수나 학생들 사이에서 계속되어온 수십년 이어져 온 관행인지는 알수는 없다. 적어도 10여년 정도 계속 했다고 하니 21세기 들어선 이후 이러한 폭력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이 서울에서 계속 진행된 것은 분명한 일인 것 같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수 없이 많은 피해자들이 만들어진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이 사건은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지칭되는, 그 분야의 최고의 학생들이 모이는 서울대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인문학이나 과학을 공부하지 않는 음대학생들이라고 해서 봉건적이고 도제적인 관습에 이렇게 적응해 왔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사회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자식들이고, 누구보다 이러한 학교 문화를 못견뎌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참고 침묵하면서 살아왔다. 무엇이 그들을 침묵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들의 영혼을 그렇게 병들게 만들었을까?

그런데, 이것이 과연 예외일까? 정도의 차이일까? 자세히 드러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대학사회에서 이러한 일은 상당히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체육대학의 선배 폭행사건, 음대 무용학과 등의 입학비리, 교수 제자 성희롱 사건 등 빙산의 일각처럼 나오는 사건들이 사실 이 사건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대학사회는 아직 21세기에 진입하지 않았고, 상당수의 사학의 운영과 지배구조, 대학문화는 19세기 수준에 머불러 있다. 사학법 개정을 극력반대한 상당수 사학재단(( 그 상당수는 종교재단이다)이 그렇게 극력반대했는지를 알면된다. 사학은 근대사회 내의 봉건 왕국이다. 한때 비리사학에서 동토의 왕국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남한에도 섬처럼 존재한다.

이 사건은 음대, 음악전공자의 특성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대학, 특히 재단과 학생 교수, 교수와 제자 간에 맺어지는 관계의 성격이 대단히 일방적인 권력관계. 즉 폭력을 용인하는 관계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음대 학생들은 그 교수의 눈 밖에 나면 자신의 출세와 밥벌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그가 미치는 세력권 하에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학생들이 이 사회에서 버티고 또 성공하기 위해서 기존의 음악계는 그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발적 노예화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이 이러한 부당한 권력행사가 폭력을 가능하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즉 학생들로서는 교수들에게 충성하는 것 외의 출구가 없는 셈이다. 일방적 권력관계는 폭력과 야만을 낳는다. 인재의 선발과 충원, 포상과 처벌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저항한 사람을 완전히 매장시킬 수 있는 어떤 사회에서도 아러한 일은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을 받고 자라난 젊은이가 과연 자유로운 영혼, 민주적 정신을 가진 교육자, 음악가, 훌융한 연주자가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사회에서 자라난 학생들이 우리사회를 혁신시킬 수 있는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청년이 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은 아마 서울대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대학에서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국립 서울대의 명예와 자본심을 뭉갠 사건이자, 음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위신을 형편없이 추락시킨 사건이다. 여전히 그들은 침묵하고 있다. 모두가 공범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그들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해야 한다.
세계 일류대학을 지향하는 국립대법인 추진? 소가 웃을 일이다.

매우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서울대에서 음대, 예술대를 떼어내야 한다.
필자가 15년 전부터 주장해 왔지만, 서울대 학부를 없애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히 그렇다.
서울대의 사회적 권력이 커질수록, 서울대 교수의 학생들에 대한 권력이 커질수록, 사회적으로 서울대 학벌주의가 자라집고 있는한 폭력은 계속될 것이고 그 위세를 활용해서 이 사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침묵과 복종은 계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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