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3일 목요일

소인들이 판치는 세상

KBS 김인규 사장이 김용진 PD를 귀양보낸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위리안치( 징계)까지 시키는 보도가 나왔군요.
어느 비리 시학재단에서는 훈장까지 받았던 교사가 학교 비리를 고발했다고 파면조치까지 했다는군요.
이 정부 들어서 공무원, 교사, 그리고 각 조직에서 내부의 양심세력이나 비판자를 파면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君子之治小人也 常緩
小人지害君子也 常慘 故 一網無遺
( 신흠, 휘언)

군자가 소인을 다르릴 때는 언제나 느슨하지만, 소인이 군자를 해칠 때는 언제나 무자비합니다. 그래서 남김없이 일망타진( 학살) 합니다.
조선조의 당쟁에 이골이 난 신흠의 피맺힌 현실진단입니다.

이승만의 독립운동가 학살과 이명박 정권 하 수백명의 작은 이명박들이 하는 행동이 어찌그리 같을까요?
9년 전에 제가 쓴 칼럼 하나 보냅니다.

'소인'들이 판치는 세상
*자료 : 한겨레신문(2001.12.21)의 칼럼
*글쓴이 : 김동춘(성공회대사회학교수)

연일 보도되는 온갖 부패, 비리 사건에 연루된 고위 관료, 정치가들
의 이름만 들어도 짜증스럽다. 기대를 모았던 문민정부, 그리고 김
대중 정부가 이렇게 비슷한 양상으로 좌초하는 것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다.

그러나 과거 어느 정권, 어느 때도 믿고 따를 만한 정치가, 고위 관
료가 있었는가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실패는 권력 말기가 언제나
개운하지 않았던 우리 현대사의 동심원에 하나의 원을 더 추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왜 `인물'이 없는가?
남북한의 우리 현대사는 `소인'들이 바로 `큰 사람'을 없애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나라에 태어났으면 많은 일을 했을 큰 정치가 여운형과 김구는 해방된 땅에서 사실상 이승만 세력에 의해 제거된 것으로 추정되고, 국·공 내전과정에서 마오쩌둥과 더불어 중원을 호령하던 무정은 김일성의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다.

현대 중국을 보면 비록 정적이라도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경우가 많다. 실용주의자 덩샤오핑이 문화혁명 때 마오쩌둥과 4인방에 의해 처형되었다면 어떻게 오늘의 중국이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남북한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전쟁 후 북에서는 허가이, 박헌영, 김두봉 등 김일성과 노선을 달리하던 정치 지도자들이 모조리 다 처형되었다. 그들이 실제 스파이, 반역자 노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이 살아 있었다면 북도 오늘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남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법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나 조봉암이 사형당했고, 박정권 하에서는 장준하도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권력을 잡은 `소인'들은 `뜻'을 포기하지 않았던 인물들을 고문하고 감옥에 집어넣고 재기 불능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뜻을 세운 사람은 그 뜻이 현실정치와 충돌하는 한, 고통과 죽음, 가족의 몰락과 같은 비참한 운명을 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니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그렇다.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문제는 그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자리'에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청렴하고 식견 있는 관리가 장관의 자리에 올라서기 어렵고, 뜻과 비전이 있는 정치지망생이 국회의원이 되기 어렵고, 소신을 그대로 말할 용기가 있는 판사가 법조계의 수장이 되기 어렵고, 기자로서 자존심을 가진 언론인이 신문사의 책임자 자리에 올라서기 어렵다.

사람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이유로 감옥에 가거나 심한 탄압을 받았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주변에서 촉망받는 인물이었으나 `바른 말'하다가 해직되고 이후에 어려운 삶을 살아간 사람이 누구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인들이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사태의 본질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색깔'로 뒤집어 씌워 사람과 조직을 매장하고, 지역주의의 잣대로서 사람을 배제하고, 돈 있는 사람만이 `자리'를 얻게 만든다면 피래미가 잉어 행세를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핵심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어이없는 비리를 질타하기 전에 우리가 모두 주의 깊게 살펴볼 지점은 바로 `윗자리'에 사람들이 채워지는 방식이다. 능력 있는 인사를 도태시키는 잘못된 인사관행, 그리고 `소인'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연장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법, 제도, 관행, 조직문화, 그리고 `광대'를 `영웅'으로 둔갑시키는 지역주의, `돈 정치', 거대 언론의 편파적 시각 등이 그것이다.

지난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너무나도 많은 인물들이 뜻을 펴지 못하고 역사의 뒷길로 사라졌으며, 그 대신 `소인'들이 호의호식하면서 자손에게 많은 유산과 좋은 교육기회를 물려 줄 수 있었다. 주류와 제도권이 더 이상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고, 진정으로 존경을 받을 때 그 나라나 사회는 제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끝)

댓글 1개:

  1. 김용진기자의 징계항의 글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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