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회에서의 날치기 예산통과 시 제대로 국회의 심의와 국민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통과된 법이 많지만 그 중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가 국립대법인화법이다. 즉 국립대에 대한 예산은 그대로 지원하되 운영은 자율적으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이 법안을 보지 못해 그 내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그 동안 국립대의 재정운영에 대한 각종 규제를 없애고 교수, 연구, 학교 운영에서 자율성을 높여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의 국립대 재산은 그대로 국립대 법인이 갖게 된다. 이런 전례를 우리는 일본에서 이미 찾을 수 있다.
국립대가 민간 재단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니, 이것을 사유화 조치라 말할 수는 업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립대를 국제경쟁과 규제완화라는 이름 하에 사실상 사립대학처럼 운영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셈이다. 이렇게 되면 국립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낡은 규제는 없어져서 좋을지 모르지만, 국립대는 더 이상 국민의 대학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상 지금까지도 한국의 국립대학이 국민의 대학이었는지 의심스럽지만, 이제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대학이 다수의 국민의 참여와 수혜를 배제한 채 소수 학생들에게 더욱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 같다.
이미 과거와 달리 거의 부자집 아이들로 채워지는 서울대는 그 동안 국민의 피땀으로 쌓아올린 서울대의 엄청난 재산을 누리는 더 큰 특혜의 수혜자가 되고, 서울대 법인의 재산은 이제 국민들은 소유권을 배제하기 때문에, 각종 교육서비스 혜택에서 배제될 것이다.
그 동안 서울대의 경쟁력은 서울대의 우수한 연구, 교육 기능에서 온 것이 아니라 사실상은 입학생들의 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따라서 서울대에 대해 특혜를 주어야할 별다른 명분이 없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구적으로 새로운 연구나 교육활동을 실천한 경력이나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서울대에 이러한 특혜를 줄 경우, 연구 교육활동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는 수 많은 다른 대학의 의지를 좌절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서울대나 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 하에 다른 모든 대학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무책임한 평균주의로 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크니까 특혜를 주는 것은 결코 정의롭지 않을 뿐더러, 합리적이기도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해온 대학의 재산을 고스란히 재단에 넘기는데, 자식 교육 문제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한국 국민들의 목소리 한번 듣지 않고 이렇게 처리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앞으로 서울대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안나오면 이 방침을 철회할 것인가? 다른 모든 대학이 죽은 다음에, 서울대만이 살아남으면 한국의 고등교육은 성공한 것이 될 것인가?
국립대의 규제완화는 국립대의 공적기능 강화를 수반해야 한다. 즉 국립대학을 국민의 교육권 충족과 대학의 개방, 대학의 복지기능 확대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특혜를 없애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시장원칙에도 맞는 것이고, 돈은 없지만 능력과 의욕이 있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법이다. 서울대의 이른바 '경쟁력'이 낮았던 것은 결코 규제 때문이 아니었으며, 역설적으로 고등교육 예산을 서울에 몰아주고 다른 국내의 대학으로 하여금 서울대와 맞설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대한 국가예산을 독점하고 우수학생을 독점하는데 누가 서울대와 맞설수 있었겠는가?
이 중요한 사안이 국민적 토론없이 날치키로 통과되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자금 영국에서도 학생 등록금 인상 문제로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영국의 의회는 이 문제 토론에만 5시간을 보냈다.
이 정부가 5년 동안에 한 일은 앞으로 50년 동안 한국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지금 무슨 일이 진행되지 못하는 국민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는데...
답글삭제그나마 국립대가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었는데
이런식으로 서울대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법인화되면,
ceo 대통령이 원하는 바, 대학에서 수익은 좀 남길 수 있을지 몰라도
지식의 상아탑으로서의 원래 기능은 점점 희석되겠지요?
이 정부 손아귀에 들어가면,
대학도, 인권위도, 정부 각부처들도 자꾸 제 기능을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법인화의 주요 골자를 보니 국립대를 해체해서 사학 + 공기업의 형태로 전환시키자는 것 같습니다. 어렵게 쟁취한 총장 직선제도 폐지되고 간선제가 부활하면 권력의 개입이 있을 것이고 이사회가 권력을 휘두르는 형태가 될 것 같네요.
답글삭제국민의 재산을 논의도 없이 폐기처분하는 꼴인데 답답한 현실입니다. 시민들에게 위탁받은 권리를 마치 자신들의 전유재산인양 생각하는 정치인, 교수, 위정자들의 한계를 보여주는 결정이네요.
법인화가 진행되면 사실상 한국에서 국립대는 사라지는 것 아닐까요.
국립대는 돈없고 백없는 학생들도 공부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었는데. 문제가 있네요.
시민들과 학생들의 저항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