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5일 월요일

98금양호 선원들의 비극

천안함 구조에 나섰다가 침물한 98 금양호 선원들 중 시신을 찾은 사람은 김종평씨 한 사람 뿐이다. 그의 빈소에는 상주는 물론 문상객도 거의 없을 정도로 쓸쓸한 모습이라고 한다. 연락할 수 없는 혈육조차 거의 없어 기자들과 선박회사 직원들만이 빈소를 지키는 격이 되었다고 한다. 선박회사 관계자는 "같은 대한민국 시민인데 같은 일을 당하고도 선원이라는 이유로 홀대하는 것 같다", "비록 배를 타지만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착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UDT  대원 한주호씨의 희생에 대한 군과 국민의 엄청난 관심에 비해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주호씨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희생을 당한 것이지만, 이들 어부들은 자신의 임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생업을 포기하고 구조에 나섰다가 희생되었다. 이들의 목숨이 과연 UDT대원의 그것만큼 가치 없는 것이고, 국가나 사회로부터 이렇게 철저히 무시되어도 좋은 것일까? 여기서 의문점이 몇 가지 제기된다.  
98금양호 선장 김재후 씨의 사촌형 김재권(63)씨는 4일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있은 유가족 설명회에서 "쌍끌이 어선들이 군과 경찰이 불러서 가게 됐다"며 "형님이 전화 통화로 그렇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즉 하루벌어 하루를 먹고 살아야 하는 이들은 자신의 생업을 접고 군과 경찰에 의해 동원된 것이다.  군은 지난달 31일 "쌍끌이 어선을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했으면 좋겠다"고 해경에 섭외를 요청했고, 이에 해당 어선 선장들은 논의 끝에 수색작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 직후 군 당국은 "98금양호 침몰은 천안함 침몰 해역 수색 작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 놓으며 선을 그었다. 즉 이들이 군의 요청에 의해 동원된 것은 맞지만, 사고당시는 수색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고직후 해경의 대응도 문제거리가 되었다. 실종된 선장 김재후 씨의 사촌형 김재권 씨는 "신문을 보니까 배가 침몰했는데, (해경이) 늦게 출발했는데 원인이 뭐냐"라고 따졌다. 이에 해경은 "오후 8시30분에 조난신호를 받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늘 옆에 있던 배(금양 97호)가 안전하다고 해서 그렇게밖에 생각을 못했다"라고 늑장 출동을 인정했다.또한 한 가족이 "(금양98호가) 정부가 불러서 (수색작업에 참여하러) 간 것 아니냐"라고 묻자 해경은 "강제로 한 게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즉 금양호의 수색작업 참여는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한 것이므로 군은 이들의 실종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사실 한번 나가면 기름 값등 출항비도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98금양호가 수색작업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항로를 이탈해서 어로작업을 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만약 군. 경의 요청이 없었더라도 수색작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였을까? 그리고  자신들이 다니지 않는 항로까지 갔다가 사고를 당했을까? 설사 이들의 출항이 국방부의 말 그대로 순수하게 자발적인 행위였다고 하더라도, 민간 어선이 수천만원의 하루 벌이를 포기하고 위험한 해역에 나서는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않아 있을 입장일까?

  군은 뒤늦게 수색작업에 참여한다고 허둥대고, 정 총리는 "시신으로 발견된 금양호 선원 김종평 씨도 국가에 공헌하다가 귀중한 생명을 잃은 만큼 고귀한 희생에 합당한 대우를 하는 게 마땅하며, 충분한 예우를 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는 했다. 그러나 군과 정부 관계자가 찾지 않는 이들의 쓸쓸한 빈소는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과연, 군과 경찰이 이들에게 단순한 권유정도를 했는지, 군의 말대로 실종선원들이 단순한 자발성에서 참여를 했는지, 수색 작업은 극히 짧은 시간 동안 형식적으로만 하고 어로작업을 주로 했는지도 밝혀야 할 문제이지만, 이 모든 문제가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을 보는 국민들의 허탈감과 좌절감은 쉽게 치유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외국인 선원을 포함하여 이 배의 선원들은 정말 가진 것 없고, 따뜻하게 보살펴 줄 가족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사회의 제일 밑바락 사람들이다. 이들의 죽음 앞에 국가는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을 다시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국가의 자세는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겨 줄 것이다. 그리고 국가에 대한 심각한 불신, 그리고 아무리 국가가 요구하더라도 이제 내 살길을 찾자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게될 국민들의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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