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되지 않는 과거는 언제나 되살아 난다. 이승만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4월 21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이 일선 경찰서 정보과에 ‘우파후보의 승리전략’과 ‘우파후보의 정부여당에 대한 요구사항’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좌파후보 지지의 불법성’과 ‘학교교육청 관계자가 좌파후보를 지원하는지’를 파악하여 보고하라고 경찰 인트라넷을 통해 지시한 문건이 공개되었다.
<서울경찰청이 각 경찰서에 하달한 문건 사진출처 : 연합뉴스>
교육감선거에 교육과학기술부, 한나라당, 경찰 등 공권력이 총동원되어 후보선정에 개입하고 정책을 마련하는가 하면 친정부 우파 교육감의 선거승리 전략을 기획하고 정부여당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소위 ‘좌파’ 교육감 후보를 지원하는 세력을 공권력을 동원해 압박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정보과가 다시 등장했고, 각 부처가 동원되어 여당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는 관권선거, 부정선거임이 명백하다.
상명하복관계가 매우 엄격하게 지켜지는 경찰 조직에서, 직속상관인 경정이나 총경의 어떤 재가나 아무 보고도 없이 이 6. 2 지방선거를 며칠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일개 정보과 경찰이 산하 지방청에 지시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승만 정권 말기 이승만의 당선을 위해 당시 경찰이 무엇을 했는지 보자.
1959년 3월 21일 내무부장관 최인규( 당시 경찰은 내무부 소속이었음)는 전체 공무원에 대해 "모든 공무원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여야 한다. 차기 정부통령 선거에서는 자유당 입후보자가 기필코 당선토록 선거운동을 하라"라고 지시하였다. 이 지시 이후 모든 공무원, 특히 경찰은 여하한 비합법적인 비상수단도 불사한다는 결의 하에 부정, 불법 선거를 기획하였다. 그들은 3인조, 9인조 동원한 공개투표, 자유당 완장착용을 통한 위협, 민주당 참관인 매수, 선거자금 직접 배부, 공포분위기 조성, 야당에 대한 협박과 위협 등의 방법으로 이승만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승만 정권은 경찰국가였고, 경찰중에서도 정보, 사찰을 담당하던 경찰이 야당탄압과 매수, 야당 운동원에 대한 협박과 유권자에 대한 공포분위기 조성의 선봉대 역할을 했다.
위의 문건 작성 주체가 바로 그 정보과다. 이들이 60년 전에 그랬듯이 또다시 여당 (한나라당)의 별동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반대세력을 모두 좌익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국가가 일개 정치세력의 수족이 되어, 반대세력은 모두 좌익으로 분류하던 저 어두웠던 냉전시절의 역사가 무덤에서 다시 살아났다. 역사의 시계가 10년 뒤로 후퇴한 것 아니라 60년 전으로 후퇴했다. 국가의 품격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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