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6일 월요일

금양98호는 이 시대의 축소판

천안함에 승선했다 사망한 젊디젊은 수병들이 불쌍하다. 그들 상당수는 가난했기 때문에, 빽이 없었기 때문에 해군에 들어가서 배를 탔고, 적은 돈이나 벌어서 부모님께 효도하려 했고, 빨리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활동 하려고 군 복무를 자원했다. 그들을 묶어주는 하나의 코드는 애국이 아니라 가난이이었다. 이 정부는 그들의 주검 위에 '국가', '영웅'라는 휘장을 씌우려 하지만,  가난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았고 가난이 남은 가족들의 과거와 미래를 옥죄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애국자 따라 배우기'를 실천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빽이 없어서 군대가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또한번 뼈저리게 느낀 나머지 국가안보는 마치 자신의 전유물인양 거론하는 이 정부의 힘있는 사람들처럼 군대 빠지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한국전쟁 때 참전했던 사병들 대다수가 배고파서 군대갔고, 죽어서 동작동에 가거나 살아서 참전용사 칭호를 받았듯이, 이들도 같은 길을 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을 국가의 영웅이니 칭찬하는 정부와 언론의 합창을 듣고 싶지 않다. 

그런데 더 불쌍한 사람들은 금양 98호 사망 선원들이다. 이들은 국가의 부름에 응했다가 참변을 당한 착한 민초들이다. 이들은 생업마저 접고 실종자 찾기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우리의 보통 국민들이고, 한국에 돈벌로 왔던 외국인들이다.

그런데 천안함의 사망해군들은 죽어서 정부와 언론의 주목이라도 받지만 이들은 사망 사실 조차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사실상 중단된 이후 정부가 후속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참다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을 요구하며 정부대책에 항의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 선원들의 가족 중에 공무원, 법조인, 국회의원이라도 한명 있었다면  이들이 이렇게 철저히 무시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힘없는 민초들은 국가를 위해 죽어도 국가로부터 외면당한다. 국민들은 금양 98호 선원들의 잊혀진 죽음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가난하지 말 것, 배를 타지 말 것, 정부의 요구가 있어도 위험하면 무조건 외면할 것... 이런 교훈이 아닐까?

그래서 천안함과 금양 98호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다. 정부가 무슨 덧칠을 해도 불쌍한 사람들이기는 마찬가지다.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죽을 사람들이고 전쟁이 나지 않아도 죽거나 다칠 확률이 제일 높은 사람들이다.

가난이 죄가 되지 않는 사회,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힘있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애국하는 나라, 그런 사회와 나라가 만들어질 때 국민은 국가의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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