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30일 금요일

상지대는 비리재단의 품으로

교육과학기술부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비리혐의로 물러났던 옛 재단측 인사를 정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사분위는 전체 이사의 과반수를 넘는 5명을 옛 재단 쪽 인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결국 1993년 물러난지 17년만에 사학비리의 종합 선물세트를 만들었던 옛 재단 이사장 김문기씨가 다시 학교운영 주체로 복귀하게 되었다.

 

지난 2월 새롭게 선임된 사학분쟁조정위원, 고영주 위원은 "사학이 좌파에게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명분 하에 비리혐의로 수감경력까지 있을 뿐더러 사립학교 운영자로서의 결격사유가 충분히 입증된 김문기씨를 '소유자'라는 이유로 복귀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지난 20여년 간의 상지대의 힘겨운 정상화, 민주시민대학으로의 변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90년대 중반 김문기씨가 물러난 뒤에 상지대를 운영했던 사람들의 전언을 들어보면 도서관에 책을 아무리 많이 구입해도 돈이 남아돌았다고 한다. 즉 김문기씨가 학교 등록금을 빼가지 않게 되니 학생들에게 돌아갈 몫이 그렇게 커졌다는 이야기였다.

 

오늘의 사태는 이미 2006년 구재단의 복귀를 합법화한 고등법원의 판결, 2007년 대법원의 판결에서 예고되었다. 당시 고등법원의 판결은 사학법인 설립자의 재산권, 경영권을 인정하였다.  2007년에 대법원은 이른바 상지대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비리를 저지른 학교법인의 임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행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시정하기 위한 수단이 지나쳐 함부로 학교법인의 정체성까지 뒤바뀌는 단계에 이르면 위헌적 상태를 초래하는 것이 돼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법원은 학교법인을 사기업과 동일하게 간주하여, 학교의 공적 성격보다는 설립자의 재산의 성격을 강조하였고, 설립자가 설립시 내세운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학교의 공공적 성격보다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사분위의 결정은 바로 이러한 판결을 논리적 근거로 해서 지배구조  운운하며 상지대를 소유자인 김문기씨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김문기씨는 상지대의 설립자가 아니라 원주대학의 관선이사로 파견되었다가 권력의 비호 하에서 원주대학을 인수해서 상지대학으로 개명했던 사람에 불과했다. 그는 상지대학의 소유자가 아니다. 따라서 상지대를 마치 사유재산으로 간주하여 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법원과 사문위의 결정은 억지에 불과하다. 사립대학은 개인의 재산이 아니다. 공공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않을 경우 국가는 학생, 직원, 지역사회의 요구와 이익에 맞게 운영되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지만, 이번의 결정은 그와 반대로 결국 아무리 비리나 편법으로 획득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남의 사유재산은 건드리면 안된다는 도적 세계의 논리를 대학운영에 적용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적 역할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어떤 논리로 포장하더라도, 이번 결정은 한국 교육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범죄자도 우파라는 이름으로 용서되고, 아무리 민주적이고 청렴해도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면 탄압을 피할수 없는 사회,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슬픈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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