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3일 월요일

박형규 목사님

박형규 목사님의 회고록 [나의 믿음은 길위에 있다] ( 2010창비)를 다 읽었다. 그는 미국 유니온 신학교를 마친 경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교수로서 편안한 삶의 길을 갈 수 있었으나 현장을 뛰는 목회자의 길을 갔고, 그냥 단순한 목회자로서 편안한 길을 갈 수 있었으나 활동가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여 고난의 삶을 살았다. 아마 그는 한국의 목회자 중에서 가장 여러번 감옥에 갔으며, 가장 많은 죄목의 전과를 갖고 있을 것이며, 가장 오랜 기간 감옥생활을 한 인물일 것이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은 그가 대단한 투사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매우 편안한 분이고 주변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분이다. 그렇게 고통을 당하고도 맑은 정신세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그가 신앙인이기 때문일 것이고, 세속적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고,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나 자신에 대한 존중감과 도덕감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인격적 안정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서슬 시퍼렀던 유신시절을 겪은 우리 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에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젊은이들의 편에 서서 행동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성세대였고, 그 만큼 그 시대의 큰 희망이요 언덕이었다. 정부에 반대하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던 박정권, 전정권 시절에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교회와 기독교라는 큰 보호막이 있었고, 국제 기독교 세력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 기독교에서 극히 예외적인 인물이었고, 대다수 목회자들과 기독교인들은 불의에 침묵했으며 권력에 충성을 했다. 이들 과거 체제순응적이었던 교회가 오늘날 우리사회를 물질주의와 탐욕의 천지로 만든 주역은 아닌지 생각도기도 한다. 

 

이 책을 보면서 가진 한가지 궁금한 점은 그를 그렇게 잡아들이고 고문한 경찰과 검찰, 중앙정보부 요원들, 과 전정권의 하수인들, 그리고 그에게 징역형을 때린 판사들, 그를 교회에서 쫓아낸 신도들과 그 배후의 인물들이 누구인지 좀 알고 싶다는 것이었고, 그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가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박형규 목사의 고난의 일대기를 통해 감동을 느끼고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하겠지만, 평범한 목회자의 길을 갈수도 있었던 사람을 시대의 투사, 빨갱이 목사로 만든 인물들이 누구인지도 알고 싶다. 경찰, 중앙정보부 등 언제나 익명으로만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그 조직을 움직인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알고 싶다.

 

그의 회고록 중 "자유가 없는 곳에는 이웃사랑도 할 수 없다"라는 구절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 수도권 빈민선교에 진력했던 그의 정신이 박정권의 억압에 맞설 수 있었던 용기와 일맥상통한다. 교인이 아닌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자들에 대한 사랑이 그의 기독교 정신의 핵심이다. 교회에 나오는 신도들만 이웃으로 생각하는 오늘의 기독교가 그의 삶을 통해 자신을 깊이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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