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3일 일요일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그 전에 사두고서 읽지 않았다가 이번 밀양 강연에 '기업사회'에 대해 이야기할 일이 있어서 다 읽었다. 그 동안 그의 양심선언과 언론의 보도로 많이 알려진 내용들이어서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새삼 확인한 사실은 삼성은 한국사회의 축소판이고, 한국사회는 권력과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법 위에 군림하고 있으며, 위로 올라갈수록 불법과 편법을 능사로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에 대해 뭐라고 비판하든 오늘의 시점에서 삼성을 비판하는 일은 폭압적인 군사독재에 맞서 온 몸을 던지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돈은 이 시대의 종교가 되었고, 대자본자는 현대판 군주이다. 단지 언론과 교육은 자본이 실질적 권력이 아닌것 처럼 사람들을 속이고 있으며 그들이 국가와 국민의 대표자인양 포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 때문에 삼성 문제는 우리사회의 중심적인 의제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강조했듯이 오늘날 '반기업적'이라고 지목받는 것은 과거에 '빨갱이'로 분류되는 것 보다 더 무섭다. 누가 과연 이 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 광주 5.18 30년, 이 시대의 민주화의 걸림돌은 더 이상 군부, 경찰, 국정원이 이니라 무소불위의 법위의 기업권력이다. 기업권력은 세습권력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어떤 권력보다도 사회 모든 부문에 대한 통제력과 장악력이 강하다. 필자는 이 사실을 2005년의 '기업사회'론에서 강조하고 제창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삼성에게 나라운명을 맡겨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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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김동춘/성공회대 교수,사회학]외국에 여행하다 보면 가장 반갑고 뿌듯한 일이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의 표지판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래서 사실 재벌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필자도 이국땅에서 삼성의 큰 광고판을 볼 때면 세계로 뻗어나가는'국력'을 실감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과 관련된 각종 국제 행사의 상당부분은 삼성을 비롯한 재벌 기업의 후원에 힘입어 진행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세계화 시대에 자본은 국적이 없다"는 이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국내를 돌아보면 이 자부심은 금방 사라진다. 이건희 회장이 한남동에 수백억원짜리 가족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자기 돈으로 하는 일이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삼성이 노골적으로 법과 공무집행을 무시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작년 금감원 조사를 피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내부 자료를 고의적으로 파기해도 금감원이 봐주기로 일관한 적이 있는데, 최근 삼성토탈 직원이 공정위의 가격담합 조사 중 조사관 자료를 빼앗아 달아나는 등의 행동은 이제 삼성이 노골적으로 정부의 공무집행을 비웃는 지경까지 왔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작년 이래 법원, 검찰 등도 삼성의 불법 상속을 '무혐의 처리'하면서 '받들어 총'을 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번에는 고대에서 이건희 회장 명예박사 수여 시 학생 소란 건으로 보직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던 일처럼 한국의 최고 명문 사학마저 대통령보다 삼성 총수를 더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자본가는 '현대판 황제'라는 것을 책에서는 배웠으나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이제 저 일제시절의 총독이나 군사독재시절의 공안당국보다 더 무서운 황제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소문에 의하면 검사출신들이 수억 원의 연봉을 받고 삼성 계열사에 취직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들이 법률 지식과 경륜만으로 그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삼성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으려는 정치가들이 모인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는 탈법상속 문제가 제기되어도 이건희 회장 부자를 국감 증인으로 출석시키지 못하고, 주류 언론의 사설과 칼럼에는 삼성 칭찬 기사가 넘쳐나고, 일선 기자들은 삼성의 불법 사실을 외면하고, 삼성의 지원을 받기를 원하는 대학들이 모두 이 회장 명예박사 주고 싶어 줄서 있고, 삼성의 연구용역 받기를 원하는 교수들이 삼성과 재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접어버리고, 삼성의 로비를 받는 관료들이 삼성의 공권력 무시 행위를 눈감아준다면, 도대체 법치란 무슨 소리이며, 대한민국에서 삼성이 못하는 일이 무엇일까?
 
  삼성이 남보다 앞선 시야와 노력으로 선진경영을 배워서 부를 축적하고 또 고용을 창출하는 점은 크게 칭찬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뉴욕 타임스'는 일본 소니의 몰락과 삼성의 약진을 크게 대비하여 보도한 적이 있는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삼성의 성과에 큰 점수를 준 셈이다. 이 점 역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연 삼성의 세계 일류 기업으로의 도약, 그리고 삼성 임원들이 받는 천문학적인 연봉이 그들의 능력과 노력만의 과실일까? 2002년 이천전기라는 회사의 노조활동가 모씨는 이 회사를 삼성 그룹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 되어 수년 동안 복직 투쟁을 하다가 결국 암에 걸려 이 세상을 하직했다. 삼성의 '무노조' 원칙이 그토록 강요되지 않았다면 그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남는다. 삼성 SDI는 노조설립을 추진하는 노동자들의 위치추적까지 하면서 감시하는 등의 비상식적 노조탄압으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오늘 디지털 업계의 삼성 하청, 재하청 중소기업 사장들은 재벌 기업의 비상식적인 최저낙찰가를 울며겨자먹기로 받아들여 피 말리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것이 한쪽의 팡파레가 울리기 위해 다른 편에서는 지옥과 야만의 풍경이 연출되어야 하는'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의 우울한 풍경이다. '1등만이 살아남는 나라'에서 우리나라 1등이 아시아 1등이 되면 떡 부스러기라고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박수치고 있는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듣자니 올 상반기 삼성의 실적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과연 삼성에게 나라의 운명과 우리의 운명을 맡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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