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4일 월요일

젊은이들이여 세계로 나가라.

칸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선 시나리오 수준이 낮다며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 공모에선 두차례나 떨어진 영화였다. 지난해 영진위 지원사업 응모에서 한 심사위원에게 ‘0점’을 맞는 수모까지 겪었다. 이창동 감독은 참여정부의 문화부 장관 출신이다. 결국 '좌파' 배제의 심사과정에서 그의 작품이 이런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시>의 지원 탈락 등 정치적 결정을 거듭해 ‘우파 영화 몰아주기’ 논란을 빚고 있는 조희문 영진위원장은 이번 칸영화제를 방문한 동안 <하녀> 시사회에만 참석하고 <시>는 보지 않고 돌아왔다고 한다(한겨레. 2010.5.25)

 

이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이 이렇다. 예술적으로 학문적으로 아무리 우수해도, 대중적으로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사회적으로 아무리 공헌을 많이해도, 전 정부와 연관되어 있거나 자기들의 정치적 적이라고 생각되는 집단과 개인은 무조건 없애버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만 죽으면 시원하다고 하던 옛말처럼, 자신의 정적만 죽일 수 있다면 온 나라가, 영화계가, 학계가, 방송계가, 시민사회가 다 망해도 좋다는 것이다. 자신과 생각이 좀 달라도 그들의 자리를 인정해 주면서 같이 전체 파이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이들은 좁은 식견, 컴플랙스와 공포감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런 인간들이 지금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좌파는 바로 자신의 구린 구석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독식해야할 먹을 거리를 빼앗을지도 모르는 존재라는 의미다.

온 세계가 민주화 운동의 가장 빛나는 승리라고 칭찬하는 5.18 행사 자체를 죽이는 것이 이 정부다.

 

한국에 있었으면 삐딱한 음악가로 찍혀서 음악계에 발도 못붙였을 윤이상은 독일에 가서 한국을 빛낸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었다. 한국에 있었으면 미친사람으로 치부되었을 백남준도 미국으로 나가서 세계적인 전위 음악가가 되었다. 이 속좁은 인간들은 윤이상이 살아서 고향 땅을 밟지 못하게 만들었다. 한국에 있었으면 학벌, 출신지역, 정치성향 때문에 빛을 못보고 사라져갔을 수 많은 예술가학자 들이 지금 미국와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젋은이들이여, 이런 인간들이 세상에 맞서라. 그리고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이 속좁은 보수, 속좁은 정치가, 우익을 가장한 우익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과감히 나가라.

학벌과 학연, 지연의 카트텔 아래에서 신음하지 말고, 과감히 맞서 싸우기도 하고 또 밖으로 나가서 실력을 펼쳐 보기도 해라. 그리하여 진정 세계인이 되고 또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라.

뜻있는 사람들이 포부를 펼키기에 아직 한국이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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