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3일 목요일

신냉전의 도래

"지금 한반도의 형국은 고구려가 무너질 때의 모습과 같습니다.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에는 다시 외세를 끌어들이고 말았습니다"( 남문희, 시사인, 2010.5.15)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음 북-중 경제협력을 심화시키는 등 전면적인 북-중 협력관계에 동의했다고 한다. 중국은 북한에 개혁개방을 요구하는 한편, 민생개선을 적극 지원할 뜻을 표명했다. 북-중의 연대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강화에 대한 북한의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남과의 협력을 포기하고 중국의 품으로 들어갔다.

 

북한이 중국에게 기대고, 중국이 자국의 이해를 위해 북한에 경제적으로 진출하면, 지난 10여간 진행한 남북교류와 남한 기업의 북한 진출은 현저하게 위축될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후원자고 되고 체제의 버팀목이 되면 유엔의 북한 제재는 사실상 무기력해지게 된다. 그러면 천안함 좌초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사실상 북한을 응징할 수단은 거의 무기력해지게 된다.

 

그러나 북-중 협력 강화는 이 보다 더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 한반도 문제를 남북한 당사자가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주변 강대국에게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 강대국이 한반도 정세의 급변을 원하지 않는다면 한반도는 신냉전 체제에 돌입하여 영구분단의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남북한이 영구분단이 되면 이산가족만 영원히 못만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이 소모적인 군사적 대결을 벌이게 되고 이번 천안참 참사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수도 있고, 결국 주변나라에게만 큰 선물을 안겨주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신냉전을 빌미로 동아시아서 자신의 군사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냉전을 빌미로 무기를 팔아먹을 수 있어서 좋고, 중국은 북한을 사실상 준 속국으로 만들수 있고서 좋다. 한국의 대북사업 관련 중소기업은 모두 망하고 모든 종업원은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주로 이명박 정부의 작품이다. 이 정부가 추진한 노골적인 한미동맹 강화는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북한의 핵개발을 가속화시켰다.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으면 북한이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다가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의도한 성과도 거두지 못한채 한반도를 영원히 분단상태로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된다. 북한의 도발이 있으니 전시 작전권 이양을 재검토하자는 이야기나 국방개혁 2020을 재검토하자는 논의는 애초에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 때문에 초래된 결과를 두고 상대방이 저질렇다고 착각한다음 그 일 처리하게 위해 난리법석을 피면서 호들갑 떠는 꼴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은 독립변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사실상 실패한 국가다. 그런데 현재의 남북한 관계를 남이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50년대에 시야를 고정시켜 놓으면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대책들만 나오고, 결국은 남의 좋은 일만 하는 바보짓을 하게 된다.  임진왜란, 한국전쟁의 역사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중국과 미국이 도와주러 온다면 명분하에 어떻게 거칠고 심술궂은 시어머니 노릇을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한반도 문제를 외세에 손에 또 다시 안겨주고, 남북의 긴장을 강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통일의 길을 점점 멀어지게 하는 정책을 펴고서도 국방을 다잡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니 이것을 보고 우리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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