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발전 지표를 인명에 대한 경시 정도로 보면 한국은 결코 선진국이 아니다. 특히 노동자나 여성 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우의 수준으로 보면 한국은 아직도 후진국이다. GDP. GNP의 지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서 실제 야 사회의 맨 얼굴을 볼 수가 있고, 질적인 발전의 전망을 세울 수 있다.
산업재해에서 이 점은 가장 잘 드러난다. 한국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 (10만명당 사망자수)이 21명으로 OECD국가 중 최상위에 속해 있다. 노동인구를 천만명이라 본다면 거의 2,000여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셈인데, 지난해 산업 현장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1천401명이고, 부상자를 포함한 전체 산재자 수는 10만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의 노동자는 전쟁과 같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2008년에 산재로 입은 경제적 손실액은 17조1천억원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그해 파업으로 인한 생산과 수출 차질로 입은 손실액 1조4천억원의 10배가 훨씬 넘는다.
산업재해는 노동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 건설현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노동보호 장치를 마련할 능력이 없는 기업에 대한 당국의 감독이 거의 없고, 또 사고가 발생해도 사용자가 거의 처벌되지 않고, 산업안전조치를 마련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노조의 힘이 없는데서 발생한다. 즉 산업재해는 주류 언론이 늘상 떠들듯이 안전불감증 문화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경제적 조건, 특히 사용자/노동자 간의 극히 불평등한 권력관계 때문에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 필자가 [기업사회론]에서 주장했듯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노동자에게는 지옥이다. 노동자의 저항을 억누르고 그들의 생명이 경시되는 나라가 최고의 산재율을 기록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앞의 통계에서도 나왔듯이 노동자의 생명을 경시하면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산재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면 수만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지만, 산업재해, 환경파괴, 정신건강 침해, 갈등으로 인한 비용 등의 경제적 손실을 r계산하지 않는 주류 경제학의 지표는 경제사회의 선진화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로 활용될 수 없다. 인명에 대한 존중 정도를 기준으로 한 새로운 사회발전 지표를 세워야하고, 오로지 성장주의에 논리에 기초해서 한국이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데, 노조 때문에 안된다는 식의 논리가 갖는 허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약자를 보호하고 노조에게 힘을 주어야 한국이 진정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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