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5일, <한겨레>에 올라온 글 입니다. 본문을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5024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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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사회학대회’ 김동춘 교수 발표
반대세력을 ‘적’으로 간주
검찰·일부 언론 동원 진압해
“개발독재 방식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는 처음엔 주로 경제 자유화에 충실한 신자유주의 정권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독단적인 국정운영과 민간인 사찰, 과도한 개입주의적 경제정책 등으로 그 성격에 대해 갖가지 논란이 일었다. 곧 민주주의 절차로 집권했지만 사실상 30년 전 권위주의 정권과 다름없는 독재 정권이라거나 파시즘 정권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런 진단에 더해 김동춘(사진) 성공회대 교수는 21일 열린 제14회 비판사회학대회에서 엠비 정부의 성격을 ‘전쟁정치’란 개념으로 설명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지배 방식’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의 근저엔 “지배 집단의 위기의식과 기득권 상실의 불안감 속에서 주로 나타나는 ‘전쟁정치’, 곧 민주주의 아래에서의 ‘제도적 쿠데타’”가 자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쟁정치란 국가가 전쟁상황에 있다는 전제 아래 국가의 유지, 곧 안팎의 적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것을 가장 일차적인 목표로 삼고, 국내 정치를 전쟁 수행하듯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곧 반대세력을 ‘좌파’나 ‘적’으로 간주한 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압하는 방식의 국정운영을 일관되게 계속해왔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권이 그동안의 민주화 성과를 인정하면서 노무현 정부가 일부 억제해왔던 신자유주의 정책을 민주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수행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봤지만 이후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건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를 정권 존립의 문제로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지배 세력의 이해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전쟁정치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국군 기무사령부, 검찰·경찰 공안부서 등 ‘그림자 정부’의 위상이 다시 강화되고 민주화운동 세력을 청산하려는 시도는 이런 전쟁정치의 지배 방식이 표면화된 단적인 사례라고 본다.
사실상 전쟁정치는 민주정부 10년을 제외하고 한국의 역대 정부들이 예외 없이 수행해왔던 지배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화’ 뒤에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와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검찰과 언론의 구실이다. ‘자기편’에는 봐주기 수사를 하지만 반대 세력을 잡기 위해서는 무리한 기소도 서슴지 않는 검찰, 정부 사업에 대해 홍보성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을 “억압과 정당화의 두 기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정부를 신자유주의 정권이라거나 권위주의 정권 등으로 파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 정부는 아무런 가치나 방향, 이념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경제 제일주의, 시장주의의 허구성, 그리고 한국 보수주의의 퇴행적 성격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런 전쟁정치가 일관된 계획이나 지휘 아래 진행됐다고도 보기 어려우며, 차라리 지배 세력이 지난 10년 동안 약간 상실했던 이익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 체면과 염치를 가리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설명했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성격을 한국 사회의 전체 흐름 속에서 파악한다면?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국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성격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으며, 1987년 민주화에도 그 지배 세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뒤로 한국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일어나면서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 사이에 심각한 충돌이 발생했고, 지배 세력과 집권 세력(민주정부) 사이의 갈등이 노골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반공주의·개발독재 세력의 재집권’이라는 성격을 띤 이명박 정부는 민주정부 이전처럼 지배 세력과 집권 세력을 다시 일치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경제적 신자유주의 추진과 정치적 민주주의의 역진이라는 흐름을 결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단적으로 말해, “개발독재의 방식으로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성격을 갖는다는 풀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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