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5일 화요일

[세상 읽기] 사장님들의 분노 / 김동춘


2011년 10월 24일, <한겨레>에 올라온 연재 글 입니다. 본문을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021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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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정치가들이 말하는 ‘경제’와
자신들의 ‘경제’는 전혀 다르단 것을
자영업자들은 진작 알아차렸어야…

지난 18일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 7만여명이 서울 잠실경기장에 모였다. 그들은 카드수수료율을 대형마트 수준인 1.5% 정도로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신용카드 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지만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의 거의 갑절인 2.7% 이상의 카드수수료를 내고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자영업자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전체 취업자의 28%를 차지하는 자영업자 중 연매출 4800만원 이하의 간이과세자가 전체의 80%에 달한다고 하고, 자영업자의 4분의 1은 월 120만원의 소득도 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사실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죽지 못해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서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배려는 어떤가’라는 설문에 자영업자의 46.7%가 ‘더 힘들다’고 답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서울이나 지방에서 택시를 탔을 때 기사들에게 “요즘 살기 어떠냐”고 물어보면 육두문자부터 먼저 내뱉었던 기억이 있다. 그 개인택시 기사님들 모두 2007년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를 찍었을 것이다. 서강대의 조사 결과 2007년 선거에서 자영업자의 60%가 지지했다고 하는데, 비공식적인 조사로는 자영업자들의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80%를 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제를 살린다고 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하니 이들은 거의 ‘묻지 마’ 투표를 한 셈이다. 이들 호프집, 치킨집, 미장원, 식당, 카센터 사장님들과 재래시장 아주머니들은 이명박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 했을 때, 자신들도 이 비즈니스 세계의 일원인 줄 알았을 것이다.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이 이문동 재래시장을 방문했을 때 상인들이 대형마트 때문에 장사 못해먹겠다고 하소연하자, 이 대통령은 “우리가 법을 만들어도, (대기업이) 헌소를 내면 정부가 패소를 합니다. … 요즘은 농촌에도 인터넷이 들어와서 직거래를 하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즉 망해가는 소상인들을 보호할 방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대기업들이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것까지 미리 알려주면서 상인들이 몰락해도 그것은 시장의 법칙이니 어쩔 수 없고 알아서 자구책을 구하라고 했다.

대형마트의 뒷골목 상권 장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자 국회는 뒷북치듯이 유통산업발전법을 통과시키고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미리 겁을 준 것처럼 대형마트들이 아직 헌법재판소에 제소를 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이 본격 작동되면 이들 자영업자들은 그래도 옛날이 좋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제 동네 가게는 모조리 사라질 수도 있다.

자영업자들의 91%는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말한다. 대다수의 임금노동자보다 더 낮은 소득수준에 있는 자영업자들은 이 사회에서 완전히 버려진 존재다. 그래서 이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카드수수료율은 마땅히 대형슈퍼 수준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대형슈퍼의 동네시장 약탈 역시 중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고통은 부분적으로는 그들이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선거 때 정치가들이 말하는 ‘경제’와 자신들의 ‘경제’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다. 경제활동인구의 28%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의 처지는 오늘 한국 서민의 실상이고 선거 때 나타나는 이들의 착오는 바로 우리 서민들의 판단착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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