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0일 화요일

대리기사의 죽음

어느 대리기사의 죽음이 전국을 분노에 들끓게 하고 있다.

술취한 차주는 대리기사를 치여 죽이고도 범행일체를 부인해서 법원에서 풀려났다. 경찰과 법원이 차주를 풀어주고도, 왜 이것을 '민감한 사안'이라고 언급하는지, '워낙 특이한 사안'이라 취급하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이 사건이 알려지면 해당 대리운전 회사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가기 때문에 뒷선에서 이것을 묻어두려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대리운전 기사가 아무런 힘이 없고, 경찰과 법원이 살인자를 풀어주고도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하는 한국사회의 잔인한 현실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대리운전 관련 법을 만들겠다고 이미 6년전에 준비하여 상정되어 있지만, 업체의 로비 때문인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공권력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 사회의 살인, 즉 우리사회가 약자에게 가하는 살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리기사를 살해한 차주는 아무리 술이 취했다고 하나 분명히 그를 살해하거나 적어도 해칠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리기사들의 증언에 의하면 손님인 차주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돈을 못 받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혹시 단골 손님들로부터 말이라도 들으면 그 업체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갈 것이고, 대리기사 자신들도 일자리를 잃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권침해가 빈발하는 것 같다.

 

이번에 사망한 이동국씨의 경우처럼 대리기사의 상당수는 사업하다 실패한 중년 남성들,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 낮에 버는 돈으로는 생활이 안되어 할 수 없이 밤에 뛰는 청년들이다. 하루 밤에 아무리 많이 뛰어봐야 6차례 정도 이상을 할 수 없고, 버는 돈의 일부도 회사로 들어가니 이들이 밤새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몇 만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 있는 대리기사는 바로 우리의 친구, 이웃, 후배, 자식들이다. 아마 이번에 이동국씨를 치여 죽게한 술취한 차주 자신도 어쩌면 대리기사의 신세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장 약한 처지에 있는 대리기사들에게 만연한 폭행, 폭언, 돈 안주기 등 반인륜적인 행태는 사실상 우리사회의 치부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나는 이 사건을 지난번 여러대학에서 발생한 이른바 '패륜녀'. "폐륜남' 사건과 유사한 것으로 본다. 즉 약육강식, 금전만능, 노동자 천시 사회에서 아무런 힘도 없는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사회의 집단린치인 셈이다. 욕설을 하고 침을 뱉고  때리고 심지어는 죽여도 말을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이러한 행동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자기자신이나 부모, 친지들도 그러한 처지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그들과 다르고, 그들은 못났으며, 못났기 때문에 아루렇게 대해도 된다는 이 비뿔어진 세태의 무너진 도덕심, 고질적인 반노동자 문화가 이러한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살인을 불러온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을 사회적 살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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