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9일 목요일

서울시장 야권 후보 경선을 앞두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고, 시민운동에 몸담아왔던 박원순 변호사가 하루아침에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가 되어 여론의 선두를 달리는 일은 그 자체로는 참 비정상적인 일이다. 정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자신의 열망과 이익을 대변되지 못한 대중들의 열망이 이러한 바람의 형태로 불면, 언제나 정치변화와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독재정권이 무너진 지 20년이 지났고, 수 많은 민주화 운동 경력자나 재야인사들이 기성정치를 비판하면서 참신성을 무기로 하여 제도정치에 수혈되었지만, 결국은 기존 정당의 한 부속품이 되어 재선이 지상의 존재 목적으로 삼는 을 의식하는 보통의 정치인이 되어 정치의 강고한 벽이 허물어지지 않았다는 이 엄연한 사실 앞에 우리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우나 고우나 기존 정당의 틀에 들어가서 선거정치에 임하자는 주장은 안철수 교수, 그리고 그가 밀어준 박원순 변호사에게 쏟아진 이 엄청난 대중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다. 지금의 제1야당인 민주당의 주요 구성원이나 당직자의 상당수도 과거에는 바로 사회운동의 경력을 자랑하며 당으로 들어갔던 사람들임에 분명하지만, 일단 당인이 된 다음에는 당의 이익, 자신의 재선의 이익을 정치변화 더 나아가 대중의 어께를 짓누르는 짐을 내려주려는 생각보다 우선시하게 된 점이 많다. 지금의 민주당 의원 중 자신이 다음 총선에 떨어질 각오를 하고서라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가진 민주당이 자기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민경선 40 퍼센트 안을 제안한 것은 제1야당으로서는 너무나 속 좁은 행동이었다. 그러나 박원순 변호사나 민노당은 조건없이 이 안을 수용함으로써 도덕성에서 한 수 위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또다시 선거인단으로 선정된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자고 요구하여 박원순 측은 그것까지도 받아들였다. 더구나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무조건 (박원순 후보측 주장을) 수용할테니까 협상을 마무리해 달라"고 밝혔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당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되고 말았다. 이거야 말로 조직적 선거운동이 가능한 자신들이 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민주당이 제1 야당으로서의 체면이 구겨질 것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제1 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도 못내는 사태가 발생하면 그것도 큰일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들은 모처럼 만들어진 이 변화의 불길을 끄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집단처럼 보인다. 민주당 내 4명이 경합했던 지난번 당내의 경선에서도 이미 그런 모습이 나타난 바 있다. 물론 이번 서울시장 후보에서 박영선 후보가 박원순 변호사를 이긴 다음, 10.26 선거에서 그녀가 당선이 되면 당은 힘을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후보 경선에 참여한 ‘국민’이 민주당원이거나 민주당의 운동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로만 채워지고, 안철수에 대해 열정적인 지지를 보냈고 요 며칠 동안 적금까지 쪼개서 박원순 펀드에 돈을 넣었던 서울시민들이 이 경선의 축제에서 배제된다면 이번의 민주당 후보의 승리는 내년 선거의 패배, 정권교체의 좌절로 귀결될 위험도 있다.
나는 박영선 의원이 BBK 건, 장관후보자 청문회 등 여러 사안에서 국민의 대표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온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적이 많으며 평소에도 민주당이 아무리 의석이 모자란다고 해도 저런 위원이 10명만 있으면 한나라당이 이렇게 나라를 거덜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실제 서울시장이 되더라도 박원순 변호사보다 더 잘 할 지도 모르겠다. 박원순 변호사에게는 당선 보다 당선 후가 더 문제일 수가 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는 민주당의 박영선이나 무소속의 박원순 중 누가 야권 후보가 되느냐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서울시민들은 전시행정에 세금을 탕진하고 중산층과 서민에게 고통만 안겨준 한나라당 주도의 서울시정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다가오는 총선, 대선에서 이 정권을 확실히 심판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갈구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그렇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도 선거에 적극 참여해온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의 태도 변화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투표장에 가지 않았던 청년들과 서민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내는가에 달려있다. 그래서 이번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이 정당 밖의 젊은 층의 변화의 열망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이번에 이겨도 결국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
야권의 세를 현실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는 민주당의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시민후보인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힘을 얻지 않고서는 시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으로 역량을 집중하자”는 정치 국면은 절대 아니다. 이 모든 변화의 계기는 오세훈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안철수 교수의 부상에 힘입은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당, 특히 야당이 크게 반성하라는 메시지다. 그런데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말은 장차 다가올 야권, 시민사회 전체의 연합전성의 구축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것은 모처럼 생긴 변화의 동력을 무시하고라도 당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말이 된다. 죽는 것이 사는 것일 수 있고, 때로는 구차스럽게 연명을 하는 것이 확실히 죽는 것 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제 안철수 교수에게 박수를 보냈던 시민들이 국민경선 참가를 통해 행동해야 할 때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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