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무능한 민주당에 의해 유야뮤야 되고 말았다.
청문회 이전에 민변은 양승태씨가 대법원장이 절대로 되어서는 안되는 여러가지 이유를 열거하였으며 그 중 하나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간한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한 보고서에 기재돼 있는 것처럼 양승태 전 대법관은 박정희의 유신헌법을 철저하게 관철하고 긴급조치 위반사건으로 기소된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모조리 유죄를 선고해 합법이라는 정당성을 부여한 대표적 판사”라고 주장했다.
나는 지난 진실화해위 상임위원 시절 긴급조치 판결문 정리보고( 조중동은 판사 명단 공개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판결문에 포함된 판사명단을 첨부한 것)건을 몸으로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그의 이력은 향후 대법원의 판결 방향, 그리고 그것에 심대한 영향을 받을 한국사회의 미래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양승태씨는 유신시절 긴급조치 건에 대해 서울 형사지법 판사로서 여러 번 참가했다. 물론 당시 아직 연배가 어렸기 때문에 거의 배석판사로 참여했으며, 따라서 해당 판결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위치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는 75.8 한 노동자가 열차 플랫폼에서 "박대통령이 군인을 했으면 얼마나 했느야 얼마남지 않았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긴조 9호의 유연비어 유포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사건, 심지연 조성우 등 학생운동 관련자들이 명동성당 사제관 방에서 유신헌법 철폐,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유인물을 제작했다고 이들을 징역 1년 내외의 선고를 한 사건, 어떤 무직자가 000가 대통령 명을 받고 000 고대 총장을 거국내각 총리로 교섭타가 거절당했다... 서울대 전총장 000는 미움을 받아 모기관에서 주는 드링크를 마시고 병신이 되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유포했다고 징역 1년을 선고받는 사건, 배경순, 이혜경, 고광순 등 수도여사대, 이대 학생들이 유인물을 배포했다고 징역 1년 내외를 선고받는 사건 등에 분명히 판사로 참여하였다.
물론 조선일보 등이 주장하듯이 그가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재직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의 이러한 과거는 오직 그의 직책 때문에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상 중앙정보부가 판결까지도 조정하고 재판부가 검사의 기소장을 그대로 배껴서 판결문을 만들어야했던 당시의 실정상 저항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이영구 판사 ( 변호사·당시 서울지법 영등포지원 부장판사)는 76년 수업 중 정권을 비방한 혐의(긴급조치 9호 및 반공법 위반)로 기소된 한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양영태 판사( 변호사·당시 광주고법 판사)는 75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비방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한 농민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즉 최근 위헌판결을 받기도 했지만 사실상 법이라고도 볼 수 없는 긴급조치 조항에 따른 무리한 선고를 소극적으로나마 거부한 사례도 분명히 있었다. 판사의 무죄 선고는 기득권 포기하고 정권에 저항했던 학생들의 입장에 비교하면 아주 조그마만 용기만을 필요로 한 일이었다.
긴급조치가 실정법이었기 때문에 판사는 법에 따라 판결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는 그들의 논리는 독재정권에 부역한 사람들이 단골로 써먹는 자기 변명이며, 오늘의 시점에서 당시의 정황상 그렇게 행동한 것에 대해 이해는 할 수 있느나 정당화될 수는 없는 일이고 상당히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판결을 받는 사람들의 그 이후다. 아마 양승태씨의 판결을 받는 노동자, 무직자는 그 이후 전과자로 낙인찍혀 수 많은 고통의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주변의 따돌림, 취업 차단 등 보지 않아도 그 결과가 너무 분명하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변명은 적어도 그러한 판결의 희생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심이 있다면 이들에게 적절하게 사죄를 해야 한다.
또한 권력자의 의중에 충실히따라 법도 아닌 법을 실정법이라고 그냥 존중하여 단순 훈방 정도 처리할 사안에 대해 징역 1년 이상의 중형을 때린 판사가 이 시대의 대법관의 자리에 절대로 올라가서는 안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 대법원장에 의해 우리의 사법질서와 정의가 바로 잡힐리 만무한 것이다. 소신있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자비한 처벌을 내린 사람이 이 시대의 대법원장이다.
과연 청문회 자리에서 그가 이런 과거를 부끄러워했던가? 대법원의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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