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8일 목요일

분당 '우파'의 반란?

분당을 재보선 선거에서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의 강재섭 후보를 눌렀다.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을 제압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를 두고 일부 신문에서는 분당 우파의 반란, 즉 한나라등을 지지했던 분당의 우파들이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분당을에서 부자들이 밀집한 정자동에서도 과거 한나라당이 70% 이상 득표했는데 이번에는 55% 밖에 얻지 못했다고 한다.
확실히 분당 부자들이 이번에 손학규 후보로 돌아선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이를 두고 우파의 반란이라고까지 분석하는 것은 좀 과장된 것이다.

우선 우파라는 말도 맞지 않다.
한국의 조중동과 기득권 세력을 끊임없이 자신을 우파라고 주장하고,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좌파로 공격한다. 그것은 잘못된 프레임이다. 그들은 우파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들을 반대하는 사람도 좌파가 아니다. 해방 이후 한국의 수구 기득권 세력들이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그들은 스스로 우파라고 자처함으로써 자신을 무슨 대단한 이념적 입장을 가진 존재로 포장하고 있으며 범법과 탈법, 친일, 친독재로 얼룩진 자신의 추한 모습을 화장하고 있다. 언제나 그들이 분열을 조장하면서 상대방이 분열을 조장한다고 역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 정도로 하자.

이번에 강재섭 후보가 얻는 득표는 39,000 여표인데, 이는 지난 총선에서 임태희 후보가 얻은 52,000 표에서 약 13,000표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므로 약 1만여명의 인구 변동을 무시한다면 지난 총선에서 임태희 후보를 지지한 사람 중에서 13,000명이 이탈하거나 투표를 하지 않은 셈이다. 반명 손학규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41,570표를 얻었는데, 이는 지난 총선에서 분당을의 야당 후보들이 얻은 총 득표수 20,000여표에서 21,000 표가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총선 투표율이 투표인수 15.5만여명 중 45% 이고 이번 선거 투표울이 16.6만명 중 약 49% 이므로 4% 정도가 증가했다면 대략 12,000 명 정도가 투표장에 더 간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투표율 증가분이 모두 손학규 후보를 지지했다고 가정한다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번 손학규 후보가 지난 야당 후보들 보다 더 얻은 21,000여 표 중 9,000 여표가 그 이전 선거에서 투표 참가 하지 않았거나 민주당 혹은 야당을 지지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야당을 지지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게 보면 한나라당에서 이탈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를 지지한 사람이 대체로 9,000 여명에서 13,000 명 정도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지난 선거에서 임태희 후보를 지지한 39,000명이 이번이 모두 강재섭 후보를 지지했고, 지난번 야당을 지지했던 20,000명이 이번에 모두 손학규를 지지했다는 가정 하에서이다.

결국 스윙투표( 자신의 지지 후보를 바꾼 사람)이 9,000명에서 13,000 명 정도라는 이야기고 이것은 분당을의 정자동에서 한나라당 지지를 철회한 사람의 수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런데 연령별, 직업별, 소득별 조사를 할 수 없어서 이번에 한나라당 지지를 철회한 이 사람들의 속성을 정확히는 알 수가 없다. 아마 보다 젊은 세대, 셀러리맨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지난번에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이명박을 지지했다가, 이번에 다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때문에 손학규 후보를 지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을 소신있는 우파라고 부르는 것도 맞지 않고, 반란을 일으켰다는 표현도 적절치는 않다.

요컨데 강재섭을 지지한 39,000명, 즉 소신있는 친한나라당 지지자들, 즉 분당의 부자들과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스윙투표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다음 총선에서나 대선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반대로 손학규를 지지한 41.570 명 중에서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민주당 혹은 연합야당세력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는 후보가 나온다면 또다시 한나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중 1,100명만 돌아서면 한나라당이 우세하다. 물론 대선 투표율은 높아질 것이고, 이번에 투표하지 않은 젊은층이 야당에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분당을에서 우파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분석은 과장된 것이고, 젊은 화이트 칼라들이 이명박 정부에 실망하여 돌아섰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들이 곧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야당연합이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어떤 보증도 없다.
축배를 들 때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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