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7일 목요일

2006년 대추리, 그리고 미군기지 이전비용 16조원

2006년 5월 평택 대추리는 전쟁터였다. 경찰병력 1만 5천명이 동원되어 주민과 시위대 천여명과 5시간 동안 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 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쫒겨나고 시위대는 모두 연행되었다. 주권국가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찰이 납세자인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여 벌인 비극적이고 희극적인 전쟁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일어난 일이다. 대단한 국가의 대단한 경찰들이었다.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사업 등에 소요되는 한국측 부담액이 2조원 넘게 불어난 거의 9조원 대(8조9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2조원 가까운 재원이 모자라기 때문에 용산 주변의 반환기지 용도변경에 총력전을 펴고 있으나 서울시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미 2사단의 평택기지 이전에 따른 미국측 부담액도 2조원 이상 늘어난 7조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측은 한국측이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 등으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16조원으로 추산되는 평택기지사업의 대부분을 한국측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한국측 부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요인은 △환경오염 정화비용 3000억원 △금용비와 사업관리비 5000억~1조원 △기지이전 지연에 따른 물가상승분 △미군 가족이 늘어난 데 따른 학교·병원·복지시설과 C4I이전 한국측 분담액 증가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건설비는 대테러 방어와 소방기준 강화 등으로 국내보다 2배가 넘는 3.3㎡당 1023만원이었다. 토양 등 환경오염 정화도 한국보다 엄격한 미국 기준인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알려진 환경오염’(KISE)을 적용하는 바람에 한국 정부가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한국 측은 재원마련을 위해 용도변경을 해야하는데, 결정권자인 서울시는 지난 2월 캠프킴을 제외한 2개 기지의 용도변경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부족분을 채우려면 용산을 공원화하려는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 서울 도심의 마지막 녹지가 상가나 아파트 촌으로 변경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생겼다.

한편, 미군측은 자체 부담액 7조여원을 △2008년까지 적립한 1조1193억원과 이자 △2009~2013년 1조5000억원(추정)의 방위비 분담금과 한국 정부가 보증한 1조7000억원의 미군 임대 가족주택 등으로 해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다 2014년부터 5년간 방위비 분담금을 이전사업비로 전용하기로 한미 양국이 합의하면 2조원 가까운 추가재원이 발생한다. 방위비 분담금을 이전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규정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미국은 3년간 가족 동반이 가능한 동북아시아의 최고급 군사기지를 1조원도 안들이고 얻게 되었다.

우리는 이 협상과정의 구체적 내막을 알지 못한다. 어떤 법적 근거와 절차를 거쳐서 협상이 이루어졌는지, 그 협상이 국회에 제대로 보고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국민의 세금 9조원 (정확히 말하면 15조원)이 들어가는 미군기지 이전에 대해 납세자인 우리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그렇게 문제가 많은 4대 예산도 이렇게 엉터리로 집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세에는 백전백패, 문호개방 요구하는 외국 협상단과의 협상에서는 완전히 봉, 자국민에게는 가장 무섭고 잔인한 공권력, 구한말의 썩은 조선 정부와 관군이 그러했다. FTA 협상문 번역도 제대로 못하는 오늘의 이명박 정부, 서둘러 '조공'을 바치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까 앞뒤를 못가리면서 국내의 법과 원칙과 국회의 감시 모두 나몰라라는 권력층들, 그들이 움직이는 오늘의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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